"제 아내는 쇼핑을 좋아합니다. 중독 수준이에요. 월급 450만 원 중에서 400만 원을 쇼핑하는 데 씁니다. 취미라고 하니 뭐라 하진 않습니다. 다만 제가 답답하고 이해 못 하는 건 입지도 않을 옷들을 삽니다. 가방 구두 이런 건 괜찮습니다. 언젠가 쓰게 될 테니까요. 결혼하고 20kg이 쪘는데 옷을 살 때 작은 옷만 삽니다. 살 빼고 입을 거라고 하면서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옷방 가득 쌓아놓습니다. 살을 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더는 두고 보기가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 19 때문에 타인과 만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이들의 사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출할 일이 없는데 화장품이랑 옷을 잔뜩 사놓고 입을 생각하며 지낸다는 경험담은 물론 택을 뜯지도 않은 옷이 옷장에 가득한데 또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후회하다가도 또다시 옷을 결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쇼핑 중독은 과소비 행위가 부채,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가족 간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경우에 의심해 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원장은 "대개 과소비 행위는 소비 패턴에 따라서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고가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사는 유형과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소액의 잡화를 홈쇼핑 등에서 끊임없이 구입하는 하는 유형이 있다"라면서 "전자의 경우는 통장에 빚이 쌓여 가고 후자의 경우는 집에 택배 상자가 쌓여 간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이어 "쇼핑 중독은 소비 행위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구입한 대상 물품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소비행위 이후 급격히 떨어져 물건을 산 이후 과소비와 불필요한 물건을 산 것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후회와 자책은 머리로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소비행위에 대한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력해지는 자신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비행위를 반복하는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이유와 핑계를 만들어 내고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며 합리화하고 항변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 행위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일종의 자기 연민과 자기 보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과도한 업무, 가사 노동, 배우자의 무관심, 좌절, 외로움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쇼핑 중독의 치료는 어떻게 하면 될까.
이 원장은 첫 번째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들었다.
이 원장은 "통장에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 카드 결제 등의 금융 행위가 투명하게 가족에게 공개되어 금융 활동 혹은 소비 행위가 이었을 경우 바로 가족에게 알림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주고 통장에 매달 일정한 액수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자기 통제력 강화를 위한 일상의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 실천이다.
이 원장은 "기상, 수면, 식사, 운동, 여가 출근 등 자신만의 일상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하루하루 약속을 지키어 가는 것이 소비에 대한 충동이 왔을 때 자신을 지키어 주는 제방이 되어 준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의지의 표현은 다시 이전의 소비 행위를 반복하겠다는 의미다"라고 경고했다.
세 번째 중요한 것은 바로 스트레스 관리다.
이 원장은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를 줄이고 긍정적 정서를 늘일 수 있는 다양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소비 행위가 아니라 운동, 명상, 여가 취미생활 등 무엇이든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다양한 방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면서 "필요하다면 충동을 줄이고 스트레스 지수를 줄이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네 번째는 책임능력의 향상이다.
이를 위해 "가족들이 절대 뒤치다꺼리를 해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자신이 해결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치료 원칙 중의 하나입니다. 가족이 물건 비용을 대신 배상해주거나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것은 절대로 안 됩니다. 이런 뒤치다꺼리는 소비 행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기름을 부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움말=정신의학과 전문의 이계성 계양중독통합관리센터장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