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패닉바잉 현상(공황 구매)이 다세대·연립주택(빌라)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빌라 거래량은 5개월 연속 아파트 매매건수를 넘어섰다.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아파트 매수가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4908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거래량(3773건)보다 1135건(30%) 많다.
빌라 거래량은 올해 1월부터 계속 아파트 매매 건수를 웃돌고 있다. 올해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 보다 많았다. 2월에는 4422건으로 아파트(3854건)보다 14.7%, 3월은 5056건으로 아파트(3730건)를 35.5% 웃돌았다. 4월에는 총 3217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450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시장에서는 중저가 아파트 세입자들이 빌라 매매로, 빌라 세입자들은 조건이 더 나쁜 외곽 빌라 전세로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 수요가 빌라에 쏠리면서 매맷값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KB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맷값은 지난달 3억2802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3억113만원)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꾸준히 상승세다.
당분간은 빌라 패닉바잉 기조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값 상승세가 여전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는 수요자들이 많아서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도 빌라 매매 거래량 증가에 한 몫하는 중이다.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매물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가 대부분이다.
7·13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도 빌라는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 세금 부담도 덜하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진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강남구 한 중개업소 윤모 대표는 “직장이나 자녀들 학교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빌라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나마 다주택자들이 던지는 매물도 빌라에 집중돼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