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으론 시민들이 건설·철거현장 사고로 사망해도 기업 경영책임자 등에게 관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의 반대 등으로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던 건설안전특별법도 내용이 일부 수정돼 재발의된다. 김영배 민주당 산업재해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모두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중대재해법 보완 개정”
김 위원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 범위에 건축 및 건설 해체 건설현장을 포함하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통과해 내년 1월 26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현행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공중이용시설의 설계·설치·관리 결함으로 시민이 숨진 경우 적용된다. 이번 광주 사고처럼 철거 중인 건물은 공중이용시설로 보기 어려워 법 적용이 힘든데 민주당이 법 개정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김 위원장은 “기존에 있는 법 적용 범위에 건설·해체 현장을 추가해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것”이라며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16일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김 위원장 명의로 발의해 이달 중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정부와 상의해 이달 입법예고하겠다고도 밝혔다. 현재 법 시행령 문구를 두고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과 대표이사까지 처벌해선 안 된다는 재계 주장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시행령이 모법(母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곧 발표될 시행령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 대표이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개월 묵힌 건설안전특별법도 재추진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도 재발의돼 6월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된다. 건설공사 중 인명사고가 났을 때 시공사는 물론 발주처와 설계, 감리 등 공사 참여자 전반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해 4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사고 이후 9월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과잉 입법’이라는 건설업계의 반대와 부처 간 권한 다툼으로 논의가 중단됐다가 다시 추진되는 것이다.김 의원 측은 “당초 법안엔 업체 최고경영자(CEO) 처벌 조항이 있었지만 중대재해법 제정에 따라 해당 내용을 빼고, 과징금 상한선을 전년도 매출의 5%에서 3%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처 간 이견도 기본 안전대책은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하되 특별법이 다루는 영역에 대해선 국토교통부 권한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았다. 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을 비롯해 산재 사고 시 회사 신고보다 119 신고를 먼저 하도록 의무화한 소방기본법 개정안, 해양수산부의 항만 관리 안전책임을 높이는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을 ‘산재예방 3법’으로 이름 붙여 이달 중 처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中企 “대표 구속되면 기업 도산할 것”
중대재해법을 완화하는 쪽으로 시행령 문구 조정 및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던 경영계는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영상이 전 국민에게 공유되면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CEO 처벌 규정 완화 등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사고가 일어났을 땐 수습과 보상이 중요한데, 99%의 중소기업이 대표를 사주가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되면 기업이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경제계는 CEO가 현장을 전부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안전기술자를 배치하고 있는데, 중대재해 책임까지 묻는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견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날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정책이 되도록 보완과 시행령 조정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특히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영자 책임과 과잉 형사처벌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