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K-POP(케이팝)을 '악성암'(vicious cancer)이라고 규정, 한류를 철저히 배척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케이팝을 북한 청년을 부패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하며 반 케이팝 운동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자본주의 문물의 침습을 막지 않으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국 음악, 드라마 등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청년층)들은 "반사회적"이라는 탄압에도 한국 영화, 드라마, 케이팝 등을 소비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다 6명의 학생이 징역형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데일리NK는 보도했다. 또 지난해엔 공군 및 반항공군사령부 소속 직속 20대 군인 3명이 오락회에서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 춤을 췄다가 끌려가기도 했다.
케이팝을 북한으로 불법 유통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한 탈북자는 "북한 젊은이들은 김정은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백두가문의 정치적 기반을 잃고 싶지 않다면 이념적 통제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로 이시마루 아시아 프레스 인터내셔널 편집장은 "한국의 문화적 침략은 김정은과 북한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북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북한 청년층은 한국의 콘텐츠와 말투에 대해 검색하고 있다. 북한의 여성들은 그동안 데이트 중인 남성을 '동지'라고 불렀으나, '사랑의 불시착' 등 K 드라마의 영향으로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북한이 사상적, 문화적 침략을 맹렬히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정부 방송만을 수신하도록 미리 설정되어 있으며 인터넷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단속반들은 긴 머리를 한 남성과 짧은 치마, 타이트한 팬츠를 입은 여성을 저지하기도 한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유일하게 검은색으로만 염색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영상물 유포자의 최고형량을 사형으로 상향하고 시청자의 경우 최대 징역을 기존 5년에서 15년으로 강화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