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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범죄로 번 돈, 제때 환수하려면 '독립몰수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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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던 ‘소라넷’의 공동운영자 A씨는 2019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또 다른 운영자 B씨에 대해서도 2018년 재산동결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A씨는 대법원이 “불법 수익금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징 명령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지은 탓에, B씨는 ‘소재불명’이란 이유로 환수에 실패했다. B씨의 아파트에는 지금도 가족 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도주범 재산 환수 어려워
현행법상 재산 몰수는 부가형이다. 법원이 최종 유죄판결을 내려야 거기에 더해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하다. 따라서 △범죄자가 해외로 도주해 재판 자체가 불가능할 경우 △재판 도중 피고인이 사망할 경우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법원이 별도로 추징을 명령하지 않을 경우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다.

실제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을 받던 도중 사망해 수익이 고스란히 유족에게 상속된 사례가 있었다. 2008년 수배 직후 중국으로 밀항한 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수신 사기 사건 주범 조희팔도 재산이 유족에게 상속된다면 5조원에 이르는 범죄수익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

해외 도피 중이던 범죄자가 잡혀오고, 정상적으로 재판이 이뤄져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재판부가 “범죄수익액이 얼마인지 특정할 수 없다”거나 “몰수·추징 대상이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 방법이 없다. 검찰의 한 간부는 “특히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시세조종 사건이나 피해액 산정이 복잡한 다단계 사기범죄는 재판부가 범죄수익이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몰수나 추징을 선고하지 않는 사례가 잦다”고 설명했다.
“독립몰수제 도입 절실”
이 같은 이유로 검찰 안팎에선 “유죄판결이나 재판 없이도 범죄수익금을 환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검찰 범죄수익환수부가 2018년 신설된 뒤 그전까지 5000억원대에 머물던 몰수·추징 보전금액은 2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2018년 이후 검찰은 금괴 4만 개를 일본으로 밀반출한 조직을 적발하고, 10여 년간 해외 도피생활을 하던 전윤수 전 성원그룹 회장 부부의 은닉재산을 동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실제 환수된 금액은 범죄수익환수부가 생기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이 보전한 금액은 2017년 5491억원에서 2020년 2조9170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환수까지 된 금액은 2017년 1390억원, 2020년 1476억원에 불과하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범죄수익이 국경을 넘어 교묘한 방법으로 ‘세탁’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이런 수익은 범죄조직 확장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늦기 전에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檢이 법원에 청구하면 돼”
다만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해당 재산이 범죄수익인지 모르고 제3자가 소유하고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피고인에게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봐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독립몰수제를 어떻게 양립시킬지 등의 문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런 문제들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범죄수익환수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사망, 해외 도피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검사가 법원에 독립몰수를 청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법원이 재산과 범죄의 연관성 등을 심사할 것이고, 제3자 등 이해관계자는 별도 기일에 참석시켜 몰수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패재산몰수법 등에 따라 보이스피싱 범죄나 다단계 사기범죄 등은 피해 재산을 몰수하기만 하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며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독립몰수제

범죄자의 해외 도주나 사망 등의 이유로 재판 진행이 불가한 사건 또는 최종 유죄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미국, 독일,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남정민/안효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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