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56.33

  • 27.71
  • 1.05%
코스닥

856.82

  • 3.56
  • 0.42%
1/4

일당 800원 받던 PC방 알바생,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 키웠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일당 800원 받던 PC방 알바생,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 키웠다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최근 인도네시아 기업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쓰여졌다.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와 차량공유 회사 고젝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을 발표한 것이다. 합병 기업인 고투(GoTo)그룹의 가치는 180억달러(약 20조556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CNBC방송은 “고투그룹은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게 된다”며 “30대 밀레니얼세대 창업가들이 역사를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동남아시아의 알리바바’로 불린다. 윌리엄 타누위자야는 토코피디아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고투그룹 체제 아래에서도 토코피디아 CEO를 계속 맡기로 했다. 타누위자야는 “고투그룹을 머지않아 인도네시아 GDP의 5~10%까지 차지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에 창업

타누위자야는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의 페마탕시안타르라는 소도시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카르타에 있는 비나누산타라대에서 정보기술(IT)을 전공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그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지역의 작은 인터넷카페(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매일 꼬박 12시간씩 일했지만 그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하루 1만루피아(약 783원)가 전부였다. 그는 “그래도 인터넷에 홀딱 빠져서 즐거운 나날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타누위자야는 일하는 틈틈이 웹사이트 디자인 방법 등을 독학으로 익혔다. 이후 웹사이트 디자인과 기업 프로필 설정 등 인터넷 소일거리를 하면서 30만루피아씩 받았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인도네시아 유수의 통신기업 등을 거치며 소프트웨어 및 게임 개발자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대도시 자카르타에서 유통되는 물건에 비해 자신이 자란 소도시의 물건 가격이 더 비싼 것을 보고 그 차이에 대해 고민한 것이다.

타누위자야는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템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도시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007년 전자상거래 기업을 설립해 이름을 토코피디아로 지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어로 상점을 뜻하는 ‘토코’와 ‘백과사전’의 합성어다. 타누위자야는 사업 초창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면서 가족의 생계는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고생 끝에 2009년 한 인도네시아 투자사로부터 25억루피아(약 1억9600만원)를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그해 8월 17일 토코피디아 사이트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8월 17일은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이다. 타누위자야는 “온 국민이 우리 사업이 잘되기를 기원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한·일 투자 유치로 성공 가도

첫 투자 유치 이듬해인 2010년은 그에게 위기를 느끼게 한 해였다. 이베이, 라쿠텐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앞다퉈 진출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해 야후가 인도네시아의 한 위치 기반 소셜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타누위자야는 “세계 투자자에게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인도의 뒤를 잇는 금광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후 많은 미국 투자자가 자카르타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투자자와의 만남은 항상 5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타누위자야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스타트업계를 휩쓸고 지나가자 일본과 한국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타누위자야는 “다행스럽게도 한국, 일본 투자자들의 영어 실력이 나랑 비슷했던 덕분에 투자받은 것 같다”고 했다.


토코피디아는 2011년 일본 벤처캐피털(VC)인 사이버에이전트캐피털, 2012년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넷프라이스(현 비노스), 2013년 소프트뱅크의 한국법인인 소프트뱅크코리아 등으로부터 연달아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엔 소프트뱅크와 세계 최대 VC 중 하나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은 동남아 최초 테크기업이 됐다. 타누위자야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인도네시아를 이끌어나갈 젊은 글로벌 리더로 소개됐다. 2017년에는 중국 알리바바가 토코피디아의 가치를 알아보고 11억달러를 베팅했다.

지난달 고젝과 합병하면서 인정받은 토코피디아의 가치는 75억달러다. 타누위자야는 “우리의 합병은 아마존과 도어대시, 우버, 페이팔, 스트라이프를 합친 정도”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플로리안 호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토코피디아의 성공 스토리로) 더 많은 세계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보고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