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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해체하는데…팬클럽 환불 '캐시'로? 팬들 뿔났다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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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팀 해체 소식도 충격적인데, 팬클럽 가입할 때 냈던 돈을 온라인 MD숍 캐시로 돌려받으라니 황당함의 연속이었다. 걸그룹 여자친구 팬덤의 이야기다. 거센 항의에 결국 '현금 환불'도 가능하도록 후속 조치되었지만 팬들이 느꼈을 당혹감은 쉬이 가시지 않고 있는 중이다.

최근 위버스에 올라온 공지 하나가 팬들을 발칵 뒤집었다. 위버스는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하이브(전 빅히트)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 중인 팬 플랫폼이다. 하이브의 음악 레이블은 물론, 타 연예 기획사, 해외 아티스트 등이 입점해 팬들과 소통한다. 주요 공지나 콘텐츠 등도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이와 연계해 굿즈샵인 위버스샵도 운영하고 있다.

논란이 된 공지는 쏘스뮤직이 여자친구의 팬들에게 팬클럽 멤버십 환불에 대해 설명한 것이었다. 하이브의 레이블인 쏘스뮤직은 여자친구가 해체하자 잔여기간이 남은 멤버십을 일 단위로 계산해 신청자에 한해 위버스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여자친구가 아닌 타 아티스트의 물건을 구매해보라는 것일까, 아니면 추억 삼아 굿즈를 또 한 번 구매해보라고 권유하는 것일까. "잔여 유효기간에 해당하는 일할 금액의 110%를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마치 선심 쓰듯 내던져진 환불 기준은 팬들에게 무의미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면 현금으로 결제한 멤버십을 캐시로 돌려받는 일이 법적으로 문제 되진 않는 걸까. 원칙적으로는 결제한 수단으로 돌려받아야 맞다.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3항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재화 등의 대금을 환급할 때 소비자가 신용카드나 그 밖에 결제수단으로 재화 등의 대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결제 수단을 제공한 사업자에게 재화 등의 대금 청구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원칙대로라면 현금으로 환불해야 한다"면서 "만약 (별도의 다른 방법이) 약관에 명시돼 있었더라도, 그 내용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면 무효다"고 전했다.

'위버스 멤버십 서비스 이용약관' 제 7조(환불)에는 회원이 멤버십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한 이후 이용자의 귀책사유 없이 멤버십 서비스가 중도에 해지되는 경우, 해당 소속사와 위버스는 귀책의 비중에 따라 '상호 합의하에' 회원이 결제한 금액에서 이용일 수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제한 금액을 환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사 간 합의에 대해서만 언급되어 있을 뿐, 팬들과의 '합의 과정'은 간과한 채로 위버스샵 '캐시' 환불이라는 선택지를 내민 셈이다.

팬들은 즉각 반발했다. SNS를 통한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쏘스뮤직을 향해 직접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환불은 캐시와 함께 현금도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단, 앞선 상황에 대한 사과는 빠져 또 한 번 팬들을 분노케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개인정보 유출 건이 터졌다.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구글 서베이를 활용해 환불 안내 및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권한 설정 오류로 약 9분간 회원 22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이 또한 팬들이 공론화하며 알려진 사실이었다.

결국 위버스에는 다시 공지문이 올라왔다. 쏘스뮤직은 당초 캐시로만 환불하겠다고 공지한 이유에 대해 "카드사의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를 통한 일괄 결제 취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대규모 환불 과정에서 계좌번호 오류 등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개인정보 유출 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플랫폼에 위탁하고 있는 위탁자로서 철저리 관리, 감독했어야 하나 소홀히 했다"며 "사고 사실을 인지한 즉시 오류를 바로잡았고, 곧바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팬심'으로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 글로벌 팬덤의 영향력은 엔터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좋아하는 가수와 관련된 것이라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열성적이고 집중적인 소비 패턴은 비대면 시대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엔터계는 '팬슈머(팬과 소비자의 합성어)'의 영향력이 막강한 대표적인 업계로 꼽힌다. 덕분에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간접 참여형 매출이 활황을 띠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팬덤 문화는 IT 기술의 발전과 맞물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티스트와 팬들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로 온라인 소통 창구와 콘텐츠들이 단기간에 각광받았고,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사라지면서 팬들의 소비 욕구도 일제히 앨범이나 MD, 온라인 콘텐츠 등에 집중됐다. 하이브의 경우는 팬클럽 가입 또한 위버스샵에서 가능하도록 단일화하며 온라인 플랫폼에 힘을 싣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 엔터업계의 사업 확장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이제는 대형 IT, 플랫폼 회사들과의 단순 협업을 넘어 지분 인수전까지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성공 여부에는 절대적으로 팬들의 영향력이 뒤따른다. 팬들의 구미를 당기는 각종 콘텐츠와 상품들이 온라인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엔터업계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렇기에 팬덤의 성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팬들은 연예 기획사의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닌, 오롯이 아티스트 개인을 보고 취향껏 소비한다. 소비가 1회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특성도 있다. 따라서 단순한 판매 개념을 넘어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수반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팬심에만 기대어 이들을 탄탄한 소비층으로 끌고 가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위버스샵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9개월간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피해상담 접수가 137건을 기록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관련 아이돌 굿즈가 이곳에서만 단독 판매하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티스트 IP를 지니고 있어 단독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전략적 우위를 가진 상황에서 판매자로서의 기본도,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도 이뤄지지 않은 단적인 사례였다.

한 가요관계자는 "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접근법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 팬클럽 환불 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행동하는 팬들이 늘어났다. 팬들이 소비자로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가볍게 여기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팬들 또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조정 신청이나 피해 구제에 나서야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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