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이 미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업종을 넘나드는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는 반도체·전자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고,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출신 임원을 대거 영입했다.
CNBC에 따르면 페라리는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센서 부문 사장인 베네데토 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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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냐 신임 CEO는 1995년부터 26년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근무했다. 애플 아이폰4에 처음 적용된 위치 파악용 센서 개발에 참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은 "비냐 신임 CEO는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혁신 능력이 페라리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냐 신임 CEO의 임기는 오는 9월부터다.
페라리가 1929년 창립 이래 전통적인 자동차 영역 밖에서 CEO를 영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페라리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신호라고 입을 모은다. 페라리는 2025년 첫 전기차를 출시를 목표로 하는 등 전기차 전환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게임스톱은 아마존에서 호주 사업을 총괄했던 맷 펄롱을 신임 CEO로, 북미 사업 부문 재무를 담당했던 마이크 레쿠페로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게임스톱은 최근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성장책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도 아마존 출신 임원으로 채웠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