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중요 쟁점에 대해서는 "모른다", "파악하지 못했다" 등의 대답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 부상 치료를 받는 분들께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사고 원인이 조속히 밝혀지도록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원인 규명과 관계없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현장소장은 사고 과정과 책임 소재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사고와 관련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답변하지 못했다. 철거 작업자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한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현장소장은 붕괴 현장 근처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도 작업자들이 대피한 시각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고가 발생한 시각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철거 공사 감리자가 현장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도급에 재하도급으로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권 대표는 “제가 알기론 (재하도급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 공사를 하던 5층짜리 상가 건물이 도로를 향해 통째로 무너졌다.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 1대가 잔해 아래에 깔리면서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를 찾기 위한 소방 당국의 수색이 밤새 이어진 가운데, 추가로 발견된 매몰자는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붕괴 직전 건물 안에 남아있었을지 모를 작업자 등을 찾는 수색을 소규모로 지속하고 있다. 경찰은 시경 차원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할 방침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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