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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미끼 상품인 줄 알았는데…공짜 보험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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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무료 보험을 출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1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토스는 물론 핀다, NHN페이코 등 유수 핀테크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내지 않고 보장받는 보험'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 있다.

무료라는 말에 과거 악명 높던 '미끼 상품'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보장 내용도 나름 탄탄한 데다 마케팅 제공 동의가 선택 항목으로 진행돼 고객 정보 유출 위험에서 자유롭다. 핀테크에 친숙한 2030세대는 물론 실리를 챙기는 40대 고객층까지 섭렵한 이유다.

무료 보험의 모습이 변한 것은 핀테크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단순 신규 고객 유치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관심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 고객에게 보다 좋은 혜택을 전달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고객 로열티 제고 효과와 록인(lock-in)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고객 정보 유출 대신 '록인 효과' 노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출중개 핀테크 기업 핀다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무료신용보험 서비스 '대출상속안전장치'는 출시 4개월 만에 가입 건수가 561% 늘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보험에 가입한 전체 대출 금액은 총 605억7500만원에 달한다.

이전에 없던 신박한 보장 내용이 고객의 눈길을 잡는 요소로 작용했다. 대출상속안전장치 보험은 돈을 빌린 후 사고로 죽거나 80% 이상의 장해를 입어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최대 5000만원까지 대신 갚아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돈을 대신 갚아주는 무료신용보험 서비스는 그간 프랑스·영국·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국내에선 볼 수 없었다. 핀다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손잡고 내놓은 보험이 유일하다. 서비스 가입 기간은 6개월이며 고객이 동의하면 최장 1년간 유지할 수 있다.

NHN페이코가 올해 3월 무료 보험 상품으로 출시한 '페이코 생활안심보험' 또한 반응이 좋다. 이 보험은 페이코 앱을 직접 설치하고 상품을 확인한 뒤 가입까지 마치는 전환율이 타 보험 상품 대비 최대 17배 높게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폭행, 뺑소니 등 일상 속 빈번히 발생하는 범죄 피해 보장 내역을 갖춘 점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이끌었다. 이 보험은 각종 범죄 피해와 상해를 보상해주는 상품으로, 보장 기간 1년에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NHN페이코가 흥국화재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에 선보인 이 상품은 만 15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토스는 다음 달 백신 접종 부작용 보장 무료 보험을 출시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보험 가입자가 아나필락시스 진단을 받을 시 100만원을 보장하는 게 주 내용이다. 앞서 토스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무료 코로나 백신 보험' 이벤트를 열고 사전 가입 신청 혜택을 알린 바 있다.
핀다 무료보험, 출시 4개월 만에 가입 건수 560% 폭등
무료 보험 상품이 유독 쏟아지는 쪽은 핀테크 업계다. 핀테크 기업이 무료 보험을 출시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일회성 관심이 아닌 로열티 제고 효과와 록인 효과다. 낚시성 상품으로 신규 고객 유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계까지 이어올 수 없다는 데에 공감을 이루고 있다.

최근 나온 무료 보험 상품들은 보장 내용도 나름 탄탄한 데다 마케팅 제공 동의가 선택 항목으로 진행돼 고객 정보 유출 위험을 제한한다. 핀다의 경우 보험 가입에 필수적인 정보만 직접 받아 보험사에 원웨이(One-way)로 전달한 뒤, 개인정보 자체를 수집하지 않는다. NHN페이코 상품의 경우 보험사가 만기 시 개인정보를 자동 폐기하는 방식을 도입해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라는 말에 과거에 악명 높던 '미끼 상품'을 떠올린다면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 있다"며 "실질적 혜택은 없는데 무료라는 말로 고객을 유인해 개인 정보를 마구잡이로 이용하고, 타 보험 상품의 가입을 유도하는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에서 단순히 마케팅을 위해 고객의 정보를 함부로 사용한다면 고객과의 관계는 빠르게 끊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무료인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장 내역에 보안성 강화까지 이뤄지니 가입 층도 2030세대에서 40대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40대가 핀테크 기업 보험 상품 주 고객층으로 올라서면서 전체 가입자 비중 1위를 넘보고 있기도 하다. NHN페이코의 '생활안심보험'은 지난달 말 기준 연령대별 가입자 비중이 △30대 42%, △40대 31%, △20대 18%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3040세대가 전체의 70%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핀다의 '대출상속안전장치' 보험 역시 지난 3월 말 기준 가입자 비중이 △30대 33% △40대 32% △20대 17% △50대 16% 순으로 나타났다.

NHN페이코 관계자는 "자사 앱 주 이용자층이 2030세대임에도 불구하고, 40대 상품 가입 고객 비중이 큰 것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며 "다양한 연령층에 매력도가 높은 보장 내역이 새로운 세대 신규 고객 유입과 충성 고객 확보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무료 보험에서 마케팅 동의가 선택 항목으로 들어가고 보장 내역이 분명해졌단 것은 이로써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이 달라진 것"이라며 "개인정보 활용 목적에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회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변화하는 업계 동향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료보험이라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보장을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마케팅 동의 여부를 잘 확인하고 소비자가 무료 보험을 잘 활용만 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지와 혜택을 확대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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