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총기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미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진 데다가 총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사회 불안이 확산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총기 판매량 통계는 없다. 다만 미 연방수사국(FBI)의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로 총을 구매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달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는 약 322만2000건으로 작년 동기(309만1000여 건)보다 4.2% 증가했다. 재작년 같은 기간(234만9000여 건)과 비교하면 37.2% 급증한 규모다.
지난 4월 신원조회 건수는 약 351만4000건으로 지난해와 재작년 동기보다 각각 20.7%와 50.5% 증가했다. 지난 3월은 469만1000여 건으로 1998년 11월 이래 월 기준 최고치였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집계된 신원조회 건수는 모두 1918만8000여 건으로 작년 전체(3969만5000여 건)의 절반, 재작년 전체(2836만9000여 건)의 67% 수준에 달했다. 작년은 신원조회가 사상 최다로 이뤄진 해다.
그동안 총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이 총기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기업계 이익단체인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원조회 가운데 200만건 이상이 총을 처음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전체 신원조회 중 '생애 첫 총기구매자' 비중이 40%에 달했다.
여성과 유색인종의 총기 구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 노스이스턴대와 하버드대 부상 통제 연구 센터에 따르면 작년 총기 구매자 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었고, 흑인과 히스패닉 비율도 각각 20%에 달했다. 총기 구매와 취급이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얼마 처음 권총을 구매한 로빈 암스트롱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생이 심각한 총상을 입어 총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이 커져 내가 직접 총을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잭 맥드비트 노스이스턴대 인종과정의연구소 소장은 "여러 소요 사태에서 봤듯 사람들은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