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중국 정부가 ‘1가정 3자녀 허용’ 정책을 발표한 직후 중국 전역에서 3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세 번째 아이를 갖겠느냐’는 질문에 ‘준비 중’이란 응답이 1400여 명, ‘고려 중’이란 대답이 200여 명이었다. ‘고려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90%를 넘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관영 신화통신에서 가장 처음 보도했고, 이후 일부 매체를 통해 전파됐지만 몇 시간 후 대부분 사라졌다.
비록 삭제되긴 했지만 중국 관영매체가 정부의 중요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보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출생률 제고 정책에 대한 중국 여론의 실망과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산아 제한 완화책을 담은 ‘가족계획 정책 개선 방안’을 내놨다. 수십 년 동안 고수해오던 한 자녀 정책을 2016년에 두 자녀로 개선했는데도 출생률이 계속 떨어지자 이번에 부부가 아이를 세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국의 지난해 신생아 수는 1200만 명으로, 2019년 1465만 명보다 크게 줄었다. ‘대약진 운동’으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은 1961년 이후 최저였다.
많은 누리꾼과 전문가는 산아 제한 정책이 출생률 저하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치솟는 대도시 집값과 과도한 교육·양육비, 청년 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3자녀 허용을 보도한 신화통신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엔 “가장 기본적인 출산복지 및 여성이 출산 때 직면하는 직장에서의 어려움·불공평을 먼저 해결한 뒤 출산을 격려할 것을 제안한다”는 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근본적으로 교육·주택·취업 등 종합적인 문제다” “생활 압박이 너무 크면 출산을 원하지 않는다” “소득수준이 올라가지 않으니 3자녀는커녕 한 명도 낳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는 등의 댓글도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미·중 합작 대학인 상하이뉴욕대의 리이페이 교수는 “정부가 출생률 저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더 많은 사회적 지원과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두펑 인민대 사회인구학원 교수도 “보육원 확대, 교육 평등, 사회자원 배분, 노인 고용 문제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내놓은 출생률 제고 정책이 ‘3자녀 허용’뿐일까. 이번 발표는 인구 감소 여부로 주목받은 2020년 인구 조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나온 데다 시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크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중국은 이미 ‘문제의 본질’로 지적된 분야에서 지속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총액 상한선을 설정하고 불법 대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22개 대도시를 택지 공급 중점 도시로 선정해 공급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고된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도 계속 제시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8세 이하 아동에 대한 선행학습을 전면 금지시켰고, 사교육업체의 ‘공포심 마케팅’을 규제하기 위해 허위·과장 광고에 거액의 벌금을 지속적으로 물리고 있다.
중국은 세 번째 자녀를 갖는 가정에 대한 주거비·교육비 지원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사회보험과 주택 보조금 등으로 신생아 한 명당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을 주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3자녀 허용’ 정책이 중국 내에서 별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출생률 제고 정책이 그뿐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정책 입안과 시행까지 오래 걸리긴 하지만 일단 방향을 정하면 꾸준한 실행으로 결국 효과를 얻어내는 부분에서 중국은 상당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목표가 설정된 이상 중국은 어떻게든 출생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우려가 커지는 건 출생률 세계 꼴찌인 한국의 상황이다. 중국과 똑같은 출생률 저하 원인도, 해결책도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출생률 문제에서 손을 놓아 버렸다. 중국에서 역풍을 맞았던 ‘출산 여성 3년 육아휴직 보장’ 같은 제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