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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 휘말린 무신사 조만호 대표 전격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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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패션업계 첫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무신사의 조만호 대표(사진)가 젠더 이슈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연거푸 터진 ‘남혐(남성 혐오)’ 논란 때문이다. 남성이 전체 이용자의 70%인 상황에서 젠더 이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칫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3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특정 가입자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소비자와 피해를 본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온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사의 이유를 밝혔다.

20년 동안 무신사를 이끌어온 조 대표가 불명예 퇴진한 이유는 젠더 이슈 때문이다. 무신사는 지난 3월 여성회원 전용 쿠폰을 발행해 도마에 올랐고, 지난달에는 현대카드를 쥐고 있는 손 모양이 남혐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무신사는 이용자 중 67.6%가 남성으로 이뤄진 패션 플랫폼이다. 그러나 최근 남성 이용자들이 무신사 앱과 커뮤니티에 별점 테러를 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 무신사 앱 이용자는 “여성에게만 할인쿠폰을 발행하고 이에 항의하는 유저를 60일 이용 정지시켰다”며 “소비자로선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대처였다”고 주장했다.

최근 젠더 이슈에 타격을 입은 기업은 무신사만이 아니다. GS리테일은 한 포스터의 엄지와 검지 모양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가 남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유튜브와 광고 이미지를 일일이 검수하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개월 새 젠더 갈등 이슈가 연거푸 터지면서 조 대표가 사태 수습을 위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신사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기반으로 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전격적인 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신사는 조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생이던 2001년 ‘무진장 신발사진이 많은 곳’이란 이름의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창업한 회사다. 길거리 패션, 유행 스타일을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하고, 2009년 쇼핑몰을 도입해 지금의 사이트로 키웠다. 지난해 거래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무신사는 새로운 후임자 선정 절차를 거쳐 이른 시일 내 신임 대표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이제는 무신사에 전체 조직을 관리하고 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데 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직원 대상 1000억원 규모의 주식 제공은 연이은 악재로 흔들릴 수 있는 내부 조직을 다독이는 차원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저를 믿고 무신사를 함께 일궈온 본사 임직원 여러분, 무신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한 관계사 구성원, 근시일 내 합류할 분들께 제 개인 주식 중 1000억원어치 상당을 나누고자 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사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무신사 스토어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해외 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지원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무신사 대표로서 개인 임무는 여기서 마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찾아보려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개인 지분 일부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약 500억원으로 무신사의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패션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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