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프는 1865년 설립 이후 화학 업계에서 제품의 혁신을 주도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스티로폼과 청바지용 안료, 비디오 테이프 등을 개발했으며, 세계 최초로 화학비료를 만든 유서 깊은 기업이다. 자외선 차단제의 피부 보호필터, 배기가스 정화 촉매, 기저귀에 사용되는 수분 흡수제 등 생활에 필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지난 150여년 동안 끊임없이 만들어 왔다. ‘We Create Chemistry’라는 회사 슬로건으로 알 수 있듯이 세상의 화학은 바스프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으며, 그 결과 세계 최고의 화학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즈니스 방식을 계속 바꾸어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생존 전략에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라 해도 해당 제품이 속한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거나 패러다임이 바뀌어 지위 약화 우려가 확대되면 과감히 손을 떼고 새로운 기술에 매진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것이다. 실제로 동사는 100여년 전 세계 최초로 화학비료를 개발했지만 2012년 화학비료 사업을 러시아에 매각했다. 오디오와 비디오 테이프를 발명했지만 CD와 디지털 저장매체가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관련 산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인디고 등 염료제품 역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현재 바스프는 또 다른 신기술 중심의 화학 제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 중이며, 글로벌 화학 기업 중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했다.
동사는 신규 사업으로 환경 친화적인 화학제품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식물성 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기술,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물리적 재활용이 아닌 화학적 재활용을 의미하는데, 기술 상용화 시 재활용품의 품질을 신제품 못지 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자원순환 사회로의 전환에 큰 획을 긋게 된다. 동사는 2차전지 소재 산업에도 진출했다. 2차전지 기초 물질들은 모두 화학 제품인 바, 화학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 2차전지 소재를 가장 잘 만든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진출을 결정했다. 2차전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전기차에 사용되는 핵심 제품으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은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바스프는 각 비즈니스 부서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생산과 시장, 플랫폼, 기술의 물리적인 통합을 이루는 페어분트 시스템을 이용하여 공정 효율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어분트 시스템은 한 공정에서 생산한 제품과 남은 원자재를 다음 공정의 원자재로 사용하는 바스프 특유의 생산 네트워크로, 예를 들면 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다른 공정에서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한다. 이 페어분트 시스템을 통해 2019년 19.2TWh의 전력을 절감했으며, 이는 39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바스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약 3,000만톤에서 2019년에는 약 2,000만톤으로 33% 줄었다.
바스프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탄소 관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바스프는 2019년 1월, ‘기후 보호’를 주요 사업 전략에 포함하며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생산 및 공정 효율 고도화, 재생에너지 확보, 온실가스 저배출 신기술 개발의 3가지 행동 방안을 채택했다. 2018년 바스프의 기후변화 대응 제품 판매로 약 6억4,000만톤의 온실가스가 제품 사용단계에서 감축됐다. 외벽 단열재의 절연 성능은 기존 대비 20% 높아졌고, 고성능 연료 첨가제는 자동차 평균 연비를 최대 2% 개선시켰다.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를 만들 때 사용되는 에폭시 수지에는 경화제가 들어가는데 바스프는 에폭시 수지의 섬유 복합구조가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특수 경화제를 개발해 블레이드 생산시간을 최대 30% 단축하여 풍력발전 산업에 기여하기도 했다.
바스프는 이처럼 기존 공정을 답습하지 않고 세계 최초의 신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최고 화학 기업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원순환을 위한 기술 개발, 탄소 중립을 위한 기업 체질 변화 및 기술 제공을 최고의 가치로 제시하고 있는 동사의 행보를 통해 국내 화학 기업들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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