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 하면 미국 뉴욕부터 떠오른다. 뉴욕 앞바다 리버티섬에 있는 이 조각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프랑스가 1886년 선물한 자유의 상징이다. 동상(46m)과 받침대를 합해 높이가 93.5m에 이른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도착하는 이민선을 맨 처음 반겨 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 파리에도 있다. 센강 시뉴섬에 있는 이 동상은 미국이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에 맞춰 보답한 선물이다. 동상 높이는 11.5m로, 뉴욕의 4분의 1 규모다. 두 동상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또 다른 여신상 하나가 일본 도쿄 오다이바섬에 있다. 일본은 1998년을 ‘프랑스의 해’로 정하고 양국 친선 사업의 하나로 파리의 여신상을 복제해 1년간 전시했다. 인기가 대단했다. 그러자 프랑스에서 공식 복제품을 만들어 와 2000년에 다시 세웠다.
이들 세 곳의 여신상은 모두 섬에 서 있다. 리버티섬은 오래전 방어 요새이자 천연두 검역소였고, 시뉴섬은 센강 정비 사업 때 준설토를 쌓아 조성한 인공섬이다. 오다이바섬도 외침에 맞서 포대를 설치하려고 만든 인공섬이다. 1854년 미·일 화친조약으로 일본이 개항한 뒤 관광지로 거듭났다.
역사적인 배경도 서로 맞물려 있다. 프랑스가 미국에 여신상을 선물한 바탕에는 군주와 왕당파의 억압에서 벗어나 완전한 민주공화정을 이루자는 의지가 깔려 있다. 미국 독립전쟁을 지원한 데 이어 자유·평등을 중시하는 신생 공화국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일본 역시 프랑스와 미국의 통상·안보 협력이 절실한 상태에서 여신상을 ‘모셔’왔다.
건립 비용도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나서서 마련했다. 프랑스는 다양한 오락과 복권기금으로 설계·제작비 40만달러를 모았고, 미국은 동상 조립과 받침대 조성 비용 25만달러를 자선·경매·권투경기 등으로 확보했다. 일본은 후지산케이그룹이 모금에 앞장섰다.
프랑스가 오는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두 번째 자유의 여신상을 보낸다고 한다. 높이 2.83m의 축소판이지만, 양국 간 우의를 더욱 돈독하게 하기 위해 이번에는 수도 워싱턴DC에 세울 모양이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국제정치 현장에서 135년 전 역사까지 활용할 줄 아는 베테랑 외교의 지혜가 놀랍고도 부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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