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4년 전 각종 혜택을 내세워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한 정부를 믿고 따랐다가 예기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1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부와 여당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는 앞서 지난해 10월 아파트 등록임대를 중단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다. 이날 헌재에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탄원서 약 1만5000장을 제출했다. 이 협회는 지난해 8월 임대사업자 등이 모여 설립한 단체로 가입 회원은 2700여 명이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다세대·다가구 등 모든 유형의 매입임대 신규 등록을 중단하는 임대등록사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에 한해서만 주기로 했다.
임대사업자들은 “4년 전 임대사업 등록 유도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확대하고,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018년 ‘9·13 대책’과 2019년 ‘12·16 대책’, 지난해 ‘7·10 대책’ 등을 통해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협회는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5층짜리 다세대 주택에 살면서 원룸 등 11가구를 세 주고 있다는 A씨는 지난해 임대사업자 자동 말소 조치로 한순간에 주택 12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됐다. A씨는 “올해 내야 할 보유세가 4800만원으로 한 해 임대소득 4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며 “세금을 내면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가 갑자기 임대사업자 정책을 변경해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임차인과의 계약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등록 말소 후 6개월 안에 주택을 정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고 전·월세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대사업자 물량 대부분이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은 빌라나 원룸이 많다”며 “아파트의 경우 팔지 않고 버티거나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임대사업자 물건은 ‘반값 전세’로 통했다. 신규 계약도 5% 인상률 제한을 받아 수억원 이상 급등한 일반 전·월세 물건에 비해 크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되면 일반 주택이 돼 임대료가 주변 시세만큼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