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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올림픽 보이콧"…'반일 감정' 부추기는 與 대선주자들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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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주자들이 일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일본 정부에 독도 표기를 즉각 삭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일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정부는 '올림픽 보이콧'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29일 충남지역 시·도의원 간담회에서 "일본이 좀 고약하고 치사하지 않냐"며 "우리를 자극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올림픽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 전 총리 역시 "(지도)개정이 안 되면 국민 동의를 받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전 총리는 "저놈들", "나쁜 사람들"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여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반일 목소리를 내는 게 곱게 보이지만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해법은 마련하지 못한 채 국민보다 더 큰 목소리로 '반일'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양국이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인 '죽창가'를 올렸습니다. 비슷한 시기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거북선 횟집'에서 오찬을 했고, 동행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SNS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정부·여당의 '반일몰이'로 시끌벅적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일간 수출규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 전 총리는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우리가 여러 번 신호를 보냈다. 대화하자고"라고 전했는데요. 그만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은데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외교적 돌파구를 찾지 못할수록 기업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시 정부·여당의 반일몰이에 따른 'NO 재팬' 운동에 일본 음식을 파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애꿎은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여당의 대선주자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백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구호에 가까운 정치인들의 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불안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여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편파성까지 지적했는데요.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일본의 항의를 받은 IOC가 한반도기에 독도를 삭제하라고 권고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IOC에 일본의 항의는 받아들여지고, 한국의 항의는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 문제를 예상하고 이전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있었는지 말입니다.

또 당시에는 정부가 왜 한반도기에서 독도 삭제를 결정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독도를 중요하게 인식했다면, 북한과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들지 않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독도는 한국군이 방어훈련까지 하는 엄연한 대한민국 땅입니다. 일본에 대한 비판은 자유이지만, 외교의 수장이자 최고 통수권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에 도전하는 인사들의 반일 발언은 무게감이 다릅니다. 만약 여권 대선주자들이 반일 여론이 강한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노린 것이라면 부적절합니다.

한 네티즌은 정 전 총리가 '일본올림픽 지도에 표기한 독도를 삭제하라'라고 요구한 SNS 글에 "국가 간 외교 관계를 자신의 사적인 정치적 이익으로 쓰는 정치인은 대한민국에서 제발 사라지길 간절히 빌고 간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국민들의 뜨거운 가슴을 다독이면서도 차가운 머리로 지혜로운 외교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를 기대하는 건 시기상조일까요?

조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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