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취임 후 첫 해외출장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구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용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LG그룹이 스타트업 투자전문회사를 운영하고, 협업 기회를 확대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2018년 출범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그룹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핵심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LG 주요 회사 5곳이 출자한 4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 전문회사다. 글로벌 스타트업뿐 아니라 해외 유명 벤처캐피털이 조성한 펀드에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인공지능(AI), 전장, 가상환경(AR, VR) 등 미래 성장 분야의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며, 기술 및 사업 협력도 모색해가고 있다.
LG는 AI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의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중이다.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게 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는 그룹 차원의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을 지난해 말 설립했다. 최신 AI 원천기술 확보와 AI 난제 해결이 이 조직의 주요 기능이다. LG AI연구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일으키려는 목적에서 관련 투자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몰로코, 제브라메디컬비전 등 AI 스타트업 세 곳에 투자했다. 몰로코는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모바일 광고 관련 스타트업이다. AI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이 세계 약 75억 명의 모바일 사용자에게 맞춤 광고를 적재적소에 노출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 서비스다.
이스라엘 기업인 제브라메디컬비전은 엑스레이 결과 등 의료 영상을 AI 기술로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주는 헬스 분야 스타트업으로 세계 1100개 이상의 병원 및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고 영상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데이터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데이터플리츠, 제조업 특화 AI 솔루션 스타트업 미카나락스, 딥러닝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딥인스팅트 등 인공지능 기술 관련 스타트업 9곳에 투자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인공지능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조성한 3200억원 규모의 그로스액셀러레이션펀드에 200억원가량을 출자했다. 올해 들어서도 18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퓨처이노베이션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전장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첫 번째 투자로 라이드셀을 선택한 게 대표 사례다. 라이드셀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 자율주행 차량 관리 등 모빌리티 서비스 실행을 위한 지능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LG는 향후 LG전자 등 계열사들과의 기술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라이드셀에 이어 셔틀 자율주행업체인 메이모빌리티, 자동차 자가 치유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오로라랩스, 커넥티드카 기술을 보유한 서리브럼X 등 전장 분야의 기술 협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