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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탈원전 정부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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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공조해 차세대 원전 수출에 나서겠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 성과로 꼽은 한·미 원전기술 공조 구상이다. 곧장 원전업계가 벌집 쑤신 듯 끓어올랐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원로 연구자의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내로남불’이다. 탈원전하자며 국내 원전은 하나둘 없애면서 남의 나라에 원전을 팔겠다는 게 과연 윤리국가의 행태인가”라고 했다. 식당 주인이 자신은 먹지 않는 음식을 손님에게 팔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중적 투트랙’을 누가 신뢰하겠느냐는 반문이다.
원전 정책에도 내로남불?
원전업계의 입장은 한결같다. 탈원전 정책 폐기다. 그러려면 원전에 덧씌워진 오해와 편견부터 과감히 잘라 버려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대체로 세 가지다. 우선 ‘만에 하나’로 대표되는 사고 가능성이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참사(1986년)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2011년)의 기억이 맹목적으로 투사된 근거 없는 공포다. 팩트부터 틀렸다. 한국형 원전 개발 주역인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비등수형(沸騰水型)과 가압수형(加壓水型)의 차이를 모르는 무지가 종교 같은 탈원전 정책을, 그 추종자들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개의 사고는 모두 비등수형 원전에서 발생했다는 게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폭발이 일어나려면 수소와 산소가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섞여야 하는데, 가압수형인 한국형 원전에서는 사고가 나도 발생하는 수소를 바로바로 없애는 장치가 여러 개 있다. 원전 역사에 기록된 세 건의 ‘멜트다운’ 참사 중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 사고는 인명, 환경, 피폭 피해가 없었다. 이 원자로가 가압수형이다.

두 번째가 핵폐기물 불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최근 파이로프로세싱 같은 기술 진화로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도 마찬가지다. 원전 생산 단가는 60원 정도다. 가스(120원), 태양광(150원)은 물론 석탄(80원)보다 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에선 우리 규정의 두 배인 80년까지 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도 ‘경제성 조작’까지 해가며 40년 된 중년 원전을 조기 은퇴시키려고 한 게 우리 정부다. 멀쩡히 돌아가는 원전과 공사를 중단한 대가로 국부 수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그러는 사이 원전산업은 쑥대밭이 됐다. 연간 28조원의 매출과 3만5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현대경제연구원)하던 효자산업의 몰락이다.

대통령은 여전히 말이 없다. 되레 검찰이 대신 답하는 모양새다.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조사한 최재형 감사원장을 수사하겠다고 칼을 빼든 것이다. 정작 평가 조작 혐의자 수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상황에서다.
원전 정책 처음부터 다시 짜야
미국, 러시아, 중국이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나선 와중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초소형 원전(SMR) 시장 패권 다툼도 달아올랐다. 지진 같은 외부 충격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굳어버리는 미래형 스마트 원전 용융염원자로(MSR)도 SMR의 일종이다. 해외에선 벌써 미술관 같은, 박물관 같은 SMR이 등장할 참이다.

우리만 여전히 탈원전이란 시대착오 속에 갇혀 있다. 반핵을 외쳤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친원전으로 돌아섰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이들이 선택한 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다. 결단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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