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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임대차 매물 절반은 '월세'…세입자 보호정책이 '전세난민'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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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지난해 7월 상임위 상정 단 3일 만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통과시키면서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자신했다. 그러나 임차인의 4년(2+2년) 거주권을 보장하고 전세금 상승폭을 5%로 제한한 것은 집주인에겐 날벼락과 같았다. 결국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대란이 벌어진 이유다.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 품귀’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4% 올라 전주(0.03%)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3월 중순 이후 잦아드는 듯하던 전셋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반포동에서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예정된 서초구는 0.16% 올라 상승폭이 전주(0.07%)의 두 배를 넘었다.

신고가 전세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영등포구 ‘아크로타워스퀘어’ 전용 59㎡는 이달 8억23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 거래됐던 기존 최고가(7억5000만원)보다 7300만원 비싸다. 동작구 ‘사당자이’ 전용 84㎡도 지난 25일 6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면서 직전 최고가(6억2000만원)를 뛰어넘었다.

고가 주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들어서만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06㎡(58억원)와 한남더힐 233㎡(49억원)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198㎡(33억원) △강남구 청담린든그로브 203㎡(32억5000만원) 등이 직전 거래가보다 최대 10억원 오른 가격에 전세 계약됐다.

새 임대차법이 전세시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때 전셋값을 크게 높여 받거나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아예 ‘이번 기회에 들어가 살겠다’는 집주인도 많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서울 월세(반전세 포함) 매물은 1만6742건으로 한 달 전(1만5672건)보다 6.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만2254건에서 2만1679건으로 2.6% 감소했다. 이로써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높아졌다. 올 들어서는 줄곧 40% 내외 수준이었다.
전셋값 오르자 매매가격까지 불안
국민은행 월간조사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시행된 지난해 7월 31일 이후 올 4월까지(2020년 8월~2021년 4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735만원(2억5939만원→3억674만원) 올랐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년여간 상승액 1698만원의 세 배에 달한다.

폭등한 전세가는 매매 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지난해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이제 세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들게 된 곳이 많다”며 “거주 불안이 커지자 서울을 벗어나 경기, 인천 등에서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경기도 집값은 0.32%, 인천은 0.43% 올라 서울 상승률(0.10%)을 크게 앞섰다.

전세가 월세(반전세 포함)로 바뀌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6192건이다. 이 중 월세는 4만3425건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9개월(2019년 11월~2020년 7월)간 월세 거래가 28.4%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세 비중이 6.0%포인트 상승하고, 전세 비율은 그만큼 줄었다.

보유세 강화, 입주물량 감소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산적한 가운데 다음달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된다. 이 제도는 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 이상의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금액을 포함한 계약 사항을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전·월세 신고 내용은 언제든 과세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며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월세마저 거둬들이면 임대차 시장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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