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의 학폭(학교폭력) 논란으로 주연배우 교체 등 피해를 입은 KBS2 '달이 뜨는 강'(이하 달뜨강) 제작사 측이 지수 소속사 키이스트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26일 빅토리 콘텐츠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키이스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첫 조정기일이 열렸다. 하지만 키이스트 측에서는 법률대리인만 보냈을 뿐, 회사 관계자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
빅토리 콘텐츠 측은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에 임하겠다는 언론보도와 다른 행태"라며 "조정기일 직전 제출한 준비서면에도 키이스트의 이러한 겉과 속이 다른 면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키이스트는 지수의 '달이 뜨는 강' 하차에 대해 "사실관계의 면밀한 확인 없이 KBS의 일방적 통보에 의한 것으로 계약 위반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빅토리 콘텐츠가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을 기회로 실제로 입은 손해 그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는 것이다.
빅토리 콘텐츠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언론 보도로 지수 스스로 학폭을 인정했음에도 키이스트는 지수의 학폭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키이스트 측은 한류스타 이영애를 주연으로 하는 제작비 400억 원의 '구경이' 등 새로운 드라마의 홍보는 크게 하고 있지만 '달이 뜨는 강'으로 인한 당사의 손해에 대해서는 단 한 푼의 손해배상액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제작사 측은 지수 외 '달뜨강'에 출연한 배우, 감독, 작가 및 모든 스태프 모두 제2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지수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와 그로 인한 재촬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키이스트는 배우출연계약서 당사자로 계약상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달뜨강' 제작진 96명의 법원 제출 탄원서와 윤상호 감독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윤 감독에 따르면 '달뜨강' 주연배우 캐스팅 단계에서 키이스트 측이 본격적으로 지수를 출연시키고자 하는 의사를 밝혀와 캐스팅 하게 됐다.
'달뜨강'이 지난 3월 1일 5회까지 방송됐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수의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드라마는 80% 가량 제작이 완료됐다.
윤 감독은 지수가 논란이 시작되자 촬영장에서 학폭에 대해 인정하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사죄를 했다고 밝혔다.
3월 3일 지수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달뜨강' 시청자들은 지수의 하차를 요구했고, 결국 나인우로 교체됐다.
윤 감독은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주연배우가 하차하는 것은 드라마 제작에 있어 매우 큰 위협"이라며 "벼랑 끝으로 몰린 느낌이었고, 드라마 제작을 완료한 지금까지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제작 당시의 악몽을 꾸고 있다"고 고백했다.
지수가 하차한 후 윤 감독과 제작사 빅토리 콘텐츠, 제작팀은 밤낮없이 촬영해 7, 8회분을 재촬영했고 1달 간 20회 분의 촬영 및 방영을 무사히 마쳤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드라마를 80%를 촬영한 시점엔 모든 스태프들이 지치고 종료되는 날만 기다린다. 어르고 달래며 1달 더 촬영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며 한국 드라마 제작 역사상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감독은 "키이스트 또한 한국에서 손꼽히는 드라마 제작사이므로 이같은 압박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키이스트가 손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책임을 부담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남의 집 불구경 하듯' 증빙을 가져오면 배상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달뜨강' 재촬영 비용으로 인한 최소한의 손해액은 3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감독은 "스태프 모두 추가 비용을 적게 발생하도록 노력했고 일부 출연진은 추가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해 액 30억 원은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금액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손해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시청률이 조금씩 상승해 15%로 끝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작품상 등 수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에미상 출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수 논란으로 시청률에 찬물을 끼얹으며 시청률이 상승하지 못하고 기대했던 완성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낙담했다.
OTT 플랫폼 등을 통한 추가 매출이 발생할 기회 또한 잃어버렸으며 차기작에서 더 많은 연봉과 개런티를 받게 되는 기회도 날려버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96명의 제작진은 탄원서를 통해 "지수 학폭으로 드라마를 재촬영했다. 맡은 업무와 일에 대한 자긍심이 있었다. 단 경제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추가 업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작사는 이러한 손해를 보전해 줬다. 그런데 정작 문제를 일으킨 김지수 본인과 소속사 키이스트는 금전 책임을 부담하는데 소극적이다. 본 사건의 책임자인 키이스트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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