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가수 정승환이 가장 잘하는 걸 들고 돌아왔다. 포부를 밝히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백 투 더 베이직'. 2년 만에 내는 앨범, 정승환은 정통 발라드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6시 정승환의 새 EP '다섯 마디'가 베일을 벗었다. 신보는 '정승환 표 오리지널 발라드 앨범'으로 소개됐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을 비롯해 '봄을 지나며', '그런 사람', '그대가 있다면', '러브레터'까지 전곡이 발라드 트랙이다.
지난해 말부터 구상하기 시작해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해 탄생한 '다섯 마디'. 정승환은 "발라드로만 구성이 돼 있는 앨범"이라며 앨범명 '다섯 마디'에 대해 "음악이라는 게 하지 못했던 말 한마디로 시작해서 확장된 세계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다섯 트랙이라서가 아니라 한 마디가 쌓여서 다섯 마디가 됐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담긴 발라드라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고 소개했다.
그는 "곡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있다"며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하지 못한 한 마디들이 증폭이 된 게 이번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형식에 갇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자리에 놓일 수 있는 곡들이라고 본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니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 오래된 친구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담은 풋풋한 고백송이다. 작사에는 정승환과 함께 유희열, 김이나가 참여했고, 작곡은 서동환이 힘을 실었다.
정승환은 "사실 가장 고생을 많이 한 트랙이 타이틀곡이었다"면서 "가장 나중에 만들어졌는데 가장 힘 있는 트랙을 타이틀로 골라보자고 해서 '친구, 그 오랜 시간'이 선정됐다"고 전했다.
작사에 참여했지만 정승환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친구를 '짝사랑'하면서 오랫동안 고백하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한 화자의 스타일이 자신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힌 정승환은 "나는 꼭 사랑의 감정이 아니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몰입하기가 힘들었다"면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언급했다. 그는 "류준열 씨가 연기했던 역할을 많이 참고했다. 후반부에 혜리 씨한테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정말 수도 없이 돌려보면서 이 노래에 몰입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내내 정승환이 거듭 강조한 것은 '오리지널', '정통'이라는 단어였다. 지난해 '언제 어디에서라도', '어김없이 이 거리에'를 통해 계절감을 담은 부드러운 감성의 곡들로 다양한 시도를 했던 정승환이 다시금 정통 발라드를 강조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였다면', '이 바보야'처럼 기존의 '정승환' 하면 떠오르는 곡들이 몇 개 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이런 것들로 날 인식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작년 한 해 동안 발표한 곡들이 생소할 수 있는 음악들이었다"고 차분히 말했다. 좋은 노래였기 때문에 발표한 것들이었지만, 낯설어하는 리스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정승환은 "앨범 구상을 하면서 스스로 내 색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는데 그게 정통 발라드인 것 같더라. 그래서 이걸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첫 앨범이었던 '목소리'였다고. 정승환은 "초심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초심을 되짚어보는 앨범"이라고 '다섯 마디'를 정의했다. 그는 "'목소리'도 전곡이 발라드였는데 버전 2를 내보자는 마음이었다"며 "이번 앨범을 구상하면 제일 먼저 떠올린 키워드가 '백 투 더 베이직'이었다. 가장 잘하는 걸 해보자는 포부가 담겼다. 데뷔 앨범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앨범을 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업그레이드'라는 말에 걸맞게 이번 앨범은 정승환이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유희열, 김이나, 권순관, 아이유, 곽진언, 헨(HEN), 서동환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정승환이 두 곡에 작사·작곡으로 이름을 올렸고, 프로듀싱까지 도전한 것.
정승환은 "유희열 선생님이 회사 대표이자 총괄 프로듀서이지 않느냐. 원래 전부 통솔하는 게 있었다면, 이제 나도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씩 맡겨주더라. '너가 좋으면 그게 맞는 거다'고 말해준다. 그게 필요하면서도 또 불안하더라. 누군가 판단하고 결재해 주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말이다. 두발자전거를 연습하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니 부모님이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샘 김, 이진아, 권진아, 박새별 등 안테나 동료 가수들은 모두 보컬은 물론 프로듀싱에도 능한 싱어송라이터들이다. 이에 따른 조급함은 없을까.
"포지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문을 연 정승환은 "나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보컬리스트의 포지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건 내가 갖고 있는 임무를 다 한 이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워낙 작사, 작곡에 뛰어난 사람들이라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난 맡고 있는 역할 안에서 꾸준히 스텝을 넓혀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혹여라도 내가 이런 거(압박)에 갇혀있지 않았으면 한다. 비중을 늘려가려 하고 있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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