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e-트론 GT’는 생산계획 단계부터 물리적인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아우디의 첫 모델이다. 3차원 건물 스캔, 머신러닝 프로세스, 가상현실 등 여러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실제 세계를 세부적으로 모델링한 가상공간에서 모든 조립 공정이 이뤄졌다. 전체 시설에서 가상 작업을 가능하도록 해 다른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관련 업무를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아우디가 가상공간에서의 작업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는 새 모델을 만들기 전 수많은 시제품이 필요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시제품은 여러 차례 다시 만들어야 한다. 부품의 위치를 일부 조정하거나 직원의 작업 동선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시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디는 e-트론 GT의 생산을 계획하면서 이런 과정을 가상세계에서 마무리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하게 테스트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였다. 아우디 e-트론 GT가 만들어지는 볼링거 호페 공장과 똑같은 공장이 디지털 세계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우디는 앞으로도 3차원 스캔과 가상현실 등의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직원들의 작업과정을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직원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아우디는 Q5 부분변경 모델 등도 이런 방식으로 기획했다.
아우디는 부품 운송과 보관 등에도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취급하는 데 주의해야 하는 부품은 컨테이너도 특수제작해야 하는데, 디지털 공간에서 미리 시험해보고 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운반에 신중해야 하는 부품은 로봇이 안전하게 옮길 수 있도록 동선을 미리 짜볼 수도 있다.
아우디 관계자는 “가상현실에서 차량을 기획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재료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직원들의 출장 횟수도 최소화해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