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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권선징악, 단계별 격투…출판에도 통한 '게임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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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이 올 상반기 출판계 최고의 히트 작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과거 청소년층이나 소수의 마니아층이 즐기던 일본 만화 작품이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에는 선명한 권선징악 스토리와 함께 단계별로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게임의 ‘성공 방정식’이 만화에도 적절하게 적용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24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만화 단행본 《귀멸의 칼날 23》(마지막화)은 4월 3주 차부터 5월 2주 차까지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에는 순위가 7위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만화로는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예스24에서도 4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귀멸의 칼날》의 이전 편들도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장기간 다수 포진해 있다.

《귀멸의 칼날》은 일본 다이쇼 시대(1912~1926년)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오니’(귀신)로 변해버린 여동생을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鬼殺隊·귀신 죽이는 부대)’에 들어가 귀신들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례차례 다음 단계의 귀신을 이겨나가고, 각자의 기술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모습이 ‘격투 게임’과 비슷하다. 현실의 벽에 좌절한 젊은 층이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화 콘텐츠에 손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점이 인기의 배경이란 설명이다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을 되찾는다는 설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과 분리되고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젊은 층의 공감대를 얻었다”며 “시련을 극복해 미션을 완수하면 다음 단계 미션이 제시되는 성장형 서사구조도 인기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넷플릭스 시리즈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동일한 콘텐츠가 인기를 끈 점도 책 판매와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올 1월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은 누적 관객 204만 명을 기록했다. 익숙한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팬덤을 강화하고, 소수의 마니아층을 넘어서는 독자층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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