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이 무상증자, 자사주 매입, 분기 배당 등의 주주환원책을 보따리로 발표했지만 주가는 최근 한 달간 30% 이상 떨어졌다. 회사 측은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과 신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24일 씨젠은 2.77% 내린 7만100원에 마감했다. 지난 한 달(4월 23일~5월 24일)간 34.8% 하락했다. 하락세는 외국인이 주도했다. 이 기간 9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765억원, 12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씨젠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초 주당 1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기대감으로 주가는 3주간 올랐다. 하지만 실제로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하자 하루 오른 후 급락세로 전환했다.
그사이 1분기 실적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257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388% 급증한 호실적이다. 이에 앞서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내놨다. 주가에 긍정적 재료로 꼽히는 분기 배당 도입과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도 있었다.
그럼에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사이에서 성장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씨젠도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박성우 전 삼성증권 IB(투자은행)본부 대표를 M&A 총괄 임원으로 영입했다. 진단키트로 벌어들인 돈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씨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125억원에 달한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진단키트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을 종합해볼 때 코로나19 진단키트 매출의 점진적 감소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씨젠도 2022년 이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씨젠이 성장성에 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주가는 저평가 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씨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13배다. 글로벌 평균(약 20배)의 절반 수준이다.
씨젠 관계자는 “여러 가지 주주환원 정책과 양호한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견실한 성장을 유지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시장 기대에 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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