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작년 4월에 비해서는 5% 넘게 높아져 9년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생산자물가가 치솟으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충격 최소화를 위해 비축 물량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3월(107.04)보다 0.6% 높은 107.68(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2011년 10월(5.8%)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다.
품목별 전월 대비 등락률을 보면 공산품 물가가 1.1% 높아졌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제1차 금속제품(3.2%), 화학제품(2.1%) 등의 상승폭이 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공산품과 함께 식자재 가격이 올랐다. 쌀(17.5%), 사과(78.4%) 달걀(65.5%) 냉동채소(102.4%) 등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나프타(167.5%) 벤젠(106.3%) 등 화학제품 가격은 두 배 넘게 올랐다. TV용 LCD(56.0%), 항공화물료(38.1%), 영화관 표값(17.6%) 등도 급등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정책점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원자재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원유와 철강, 구리 등 원자재 수요는 주요국 경기 부양책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공급 회복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며 “원자재 가격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어 기업의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생산자물가가 통상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고 보고 있다. 4월 생산자물가를 감안할 때 5월 소비자물가는 3%대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차관은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내구재 등 소비자 가격에 일부 반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유한 비축 물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원유와 비철은 정부의 재고량을 상향 조정해 위기에 대비할 방침이다. 구리와 알루미늄, 주석은 1~3% 할인 판매하고, 중소기업에는 연 2% 이자율로 최대 20억원까지 외상 판매하기로 했다. 사재기 등 시장교란 행위는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단속할 방침이다.
강진규/김익환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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