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각종 복지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종 사회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물론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수급 자격 박탈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별다른 소득이 없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중심으로 기초연금 탈락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공시가 6억4500만원 넘으면 기초연금 못받아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6억4200만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금융소득과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재산이 있다면 이 기준은 더 낮아진다.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공시가격 현황에 따르면 6억원이 넘는 공동주택은 서울에만 75만8718채가 있다. 작년 52만5778채에 비해 44.3% 증가했다. 전체 주택 대비 비중은 29.3%다. 서울 주요 상권에서 주택 한채를 보유한 사람은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기초연금은 공적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돼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됐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원래는 전체 노인에게 주려다가 일부 고소득 자산가에게까지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에 대상을 좁혔다.
재산 가액 기준은 이 과정에서 도입됐다. 소득하위 70%를 가려내기 위해 각종 기준이 생긴 것이다. 부동산 등 일반재산만 보유한 경우엔 현재 6억4200만원을 넘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부부가구일 경우엔 9억4620만원까지 보유해도 된다.
금융재산만 보유했을 경우 단독가구는 5억2700만원까지, 부부가구는 8억3120만원까지 수급이 가능하다.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엔 단독가구는 339만4000원, 부부가구는 홑벌이 484만2000원, 맞벌이 582만2000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소득은 단독가구와 부부가구 기준이 각각 169만원, 270만4000원이다.
바꿔 말하면 이 기준을 초과한 경우엔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초연금 탈락할 수 있을까
올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기초연금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 모른다'이다. 재산가액 기준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하위 70%를 가려내기 위해 재산기준을 뒤늦게 도입한 것"이라며 "올해 공시가격을 반영해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재산가액 기준을 다시 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기준은 내년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시 적용된다. 다만 다른 재산의 변동이 크지 않은 것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을 고려하면 다수의 부동산 보유자가 기초연금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서울이나 세종시 등에선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금액이 감액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의 경우 현금화가 어렵고 세금 부담도 오르는 것을 감안해 소득 인정액 계산식에 이를 반영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1년 1월을 기준으로 65세 노인 중 572만5000명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전체 노인 인구의 67.1%에 해당한다. 단독가구가 280만6000명, 부부1인 수급가구가 48만6000명, 부부2인 수급가구가 243만3000명이다.
수급자 중 92.7%인 530만6000명은 30만원 전액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연금액 등을 감안해 일부 감액된 금액을 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은 노인들에게 현금을 무작정 주는 사업이 아니라 국민연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연령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주기 위해 기획된 제도"라며 "국민연금과 연계한 국가의 복지제도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