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카카오가 블라인드 게시글, 성과급, 선별 복지 논란 등 인사 문제에서 계속 잡음을 빚고 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자기 주장이 뚜렷한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카카오의 주 구성원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호텔 숙박권 일부 직원들에 지급했다 '논란'
21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고급 호텔 숙박권을 지급하는 이른바 '고성과자 선별복지'를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은 회사가 일부 직원만 예약할 수 있는 '선별적 휴양시설' 제도를 시행하려 한 정황을 확인하고 회사 측에 항의했다.숙박권을 받는 고성과자는 긴급 프로젝트·태스크포스(TF) 등에 참여한 직원으로 조직장 추천을 받은 72명이 2박 숙박권을 지급받았다.
"복지까지 성과와 연동하는 것이냐"라는 내부 비판이 외부로 터져 나오자 카카오는 "각 실단위 조직장에게 과중한 업무로 조직 내 번아웃이 우려되고 리프레쉬가 필요한 크루(임직원)를 성과와 별개로 추천받아 가족들과 쉴 수 있도록 숙박권을 제공한 '포상 제도'"라고 해명했다.
추진 과정도 문제가 됐다. 정책 시행과 관련해 사내 의견 수렴이나 공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내부망에 "회사의 성장과 혁신에 기여한 동료들을 배려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자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글에는 수백명 이상의 카카오 직원들이 '싫어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번 포상이 고성과자 전용 복지가 아닌 단발성 보상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사전 공유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파일럿 형태로 운영한 다음 임직원 의견을 반영해 시기와 대상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톡옵션 두고도 뒷말 무성
카카오에서 인사 관련 잡음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앞서 카카오는 성과 측정을 위해 시행하는 인사평가제를 두고 동료 간 불신을 조장한다는 내부 비판을 받았다. 다면평가 중 동료평가 항목의 "이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고 싶습니까?"와 "회사에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이 동료와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이 당사자에게 공개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를 시작으로 IT 기업들의 연봉인상 릴레이가 이어지자 보상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카카오는 이달 4일 본사 직원 2506명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47만2900주를 부여한다고 공시했다. 카카오가 전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행사가는 11만4040원으로 총 539억원 규모다. 1년 이상 재직한 2223명은 200주를, 1년 미만 재직자 283명은 100주씩 지급받는다. 행사기간은 2023년 5월4일~2028년 5월4일까지다. 2년 근속시 50%를 행사할 수 있고 3년을 근속해야 나머지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 스톡옵션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2년 이상 근무해야 행사할 수 있고 차익을 보려면 주가가 올라야 해 '인재 묶어두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는 카카오가 연봉인상 대신 스톡옵션을 제시해 인건비 상승분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봤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들이) 다들 화가 많이 났다"며 "짜디짠 연봉에도 (버틴)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닌 미래에 대한 보상을 챙겨준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영업이익이 낮을 땐 겨울을 감내하고자 연봉 4% 일괄 인상을 한 적이 있다"며 "긴 겨울이 지나고 영업익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고통을 감내했고 봄이 왔지만 같이 고생한 이들에게 보상이 아닌, 탈출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된 스톡옵션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보상을 바라던 직원들에게 최소 2년, 최장 6년 뒤에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직원들에게 보상을 짜게 주는 동안 대표 둘은 인센티브 43억원을 챙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범수 의장 "평가 보상 참 어렵다"
인사평가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자 카카오는 지난달 사내 인사·보상 태스크포스(TF) '길'을 출범하고 보상 및 복지·평가·역량 강화 방안 등 논의를 하고 있다. 여기엔 결국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사내 직원 간담회인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통해 성과급과 인사평가 체계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문제투성이의 사람이기에 완벽한 조직이 될 수는 없다.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로 배려하고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신뢰는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평가 보상 문제에 대해 "평가 보상이라는 게 참 어렵다"며 "당연히 우리 산업군에서 가장 보상이 많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다소 차이는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회사는 N분의 1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얼마나 나야 할지에 대한 점은 결국 회사 시스템이나 방향성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수혜를 입은 카카오가 1년 새 주가도 오르고 성과도 좋고 매출도 받쳐주면서 덩치가 커졌다.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며 "카카오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세대인 MZ세대로 구성돼 있어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카카오뿐 아니라 앞으로 IT 분야 스타트업이나 4차산업 기업들이 거칠 과정"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