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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원조는 17세기 말 영국은행…의회 주도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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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라는 말에 왜 중앙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이때 중앙은 은행 중의 은행이라는, 즉 으뜸은행을 의미합니다. 은행들의 왕초라는 뜻이지요. 나라마다 왕초 은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은행, 일본에는 일본은행, 영국에는 영국은행(영란은행), 중국에는 인민은행, 유럽연합(EU)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이름은 좀 독특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라고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나오는 Fed(Federal Reserve System)입니다. 옛날에는 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라고도 불렀으나 지금은 Fed로 통일됐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국가명을 쓰지 않는 게 특이하죠. 독특한 역사에서 유래한 겁니다.

우리가 현재 당연시하는 중앙은행은 17세기 말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근대적 의미에서 중앙은행의 원조는 1694년 탄생한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을 꼽습니다. 이전에 네덜란드와 스웨덴에 일종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비셀방크(Wisselbank)’와 ‘릭스방크(Riksbank)’가 있었지만, 중앙은행의 핵심 업무인 화폐 정책과 물가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국은행은 영국 왕 윌리엄 3세가 프랑스와 전쟁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영국 의회가 주도해서 만들었죠. 당시 의회가 이 은행에 은행특허를 내줬습니다. 영국은행은 150만파운드를 마련했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이 자주 크고작은 공황 상태에 빠지자 역할을 늘렸습니다. 설립된 지 150년가량 지나서야 영국은행은 은행 중의 은행이라는 지위를 받았습니다. 영국 의회는 1844년 은행법을 개정해서 (1)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발권력과 (2)금융 위기 때 은행들을 지원할 맏형 역할인 ‘최종대부자’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영국은행은 18세기 대항해 시대 때 영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영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때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Fed는 미국에서 은행 중의 은행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립니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맏형 격이기 때문입니다. Fed가 어떤 통화,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을 정도입니다. 힘이 세죠. Fed는 1913년에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하는 와중에 미국제일은행(The First Bank of United States)이 세워졌고, 채권을 발행해서 전쟁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은 독립 후인 19세기 중반쯤부터 20세기 초까지 자유은행 시대(Free Banking Era)였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07년 발생한 금융위기였습니다. 은행들이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죠. 미국은 태생적으로 중앙정부를 싫어했습니다. 유럽의 왕권제도, 종교적 탄압을 피해 이주해온 이민자의 나라였기 때문에 강한 중앙통제 정부보다 느슨한 연방독립 체제를 원했습니다.

미국은 민간은행이 주도해서 연합체제로 중앙은행을 만들었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자금력을 뒷배로 삼은 JP모간이 주축이 됐고, 12개 연방의 민간은행이 주주로 참여해서 연방준비제도(Fed)를 만들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중앙정부가 화폐를 찍어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치인과 중앙정부를 의심했습니다. 민간은행이 주인으로 독립성을 갖되 의회가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중앙은행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독특한 탄생기죠. 재무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Fed 의장과 이사들이 자율적으로 통화와 금융정책을 수립, 시행합니다. 다만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놓고 있죠. Fed 안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중요한 조직이 있습니다. 기준금리 조정과 같은 핵심 사안을 결정하죠.

한국은행은 대한중앙은행, 옛 한국은행, 조선은행, 미군정 중앙은행제도 등의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 있어요. 한국은행 내 금융통화위원회가 미국의 FOMC처럼 기준금리를 조정합니다. 금통위 위원장은 한국은행 총재가 맡습니다. 1년에 8회 금통위가 열립니다.

최근 들어 중앙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돈을 풀어서(양적완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잦은 금리 조정으로 시장 안정성을 거꾸로 해친다는 지적이 많아요. 특히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린답시고 ‘제로 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유도하자, 중앙은행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푼 결과 부동산, 주식, 코인 시장에서 자산 인플레이션만 낳았다는 비판도 듣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발권력의 타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독점적 발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탈중앙화’ 세력이죠. 중앙은행들이 이 도전에 끙끙거리고 있다는군요.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중앙은행은 위기의 구원자인가요? 화폐 타락의 주범인가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전쟁과 중앙은행의 필요성 간의 관계를 알아보자.

② 미국 중앙은행 Fed는 민간은행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아보자.

③ 한국은행의 변천사를 조사해보고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는 일을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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