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면세점이 줄줄이 '무착륙 관광비행'(이륙 후 착륙하지 않고 회항) 여행객 모집에 나섰다. 해외여행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국내 수요를 잡기 위해 500달러(약 56만원)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출하면 무료로 관광비행 티켓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등장했다.
"면세점서 일정액 이상 쓰면 무료 관광비행"
2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하나카드와 손잡고 무착륙 관광비행 여행객 모집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신라면세점은 제주공항 전세기를 운항한다. 두 면세점 모두 특정 카드로 오프라인 면세점에서 일정금액 이상 지출하면 관광비행 티켓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은 오는 25일까지 명동점과 부산점을 방문해 하나카드로 499달러어치 이상 구매한 선착순 92명에게 무착륙 관광비행 티켓을 증정한다. 부산발 관광비행은 오는 29일, 인천발 관광비행은 30일자로 여행일이 잡혔다.
신라면세점(호텔신라)도 서울점에서 하나카드로 550달러어치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228명에게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티켓을 증정한다. 무료 관광비행은 제주항공 전세기로 각각 23일과 30일 운항한다.
롯데면세점은 최상위 고객 대상으로만 전세기를 운항한다. 지난달 운영한 2편, 260석이 모두 매진돼 이달에는 총 5편으로 증편했다. 최상위 고객 중 550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에어부산과 대한항공 관광비행 티켓을 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전세기 이용 고객 대상으로 기내 럭키드로우 행사, 주류 35%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롯데면세점이 시작한 관광비행 프로모션이 업계 전반으로 퍼진 모습이다.
성수기도 '시계제로'…관광비행 대안 될까
면세점이 전세기를 운영하면서까지 고객을 '모시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때문이다. 여름 성수기를 앞뒀지만 여전히 해외여행길은 막혔다. '관광비행'이 내국인 고객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
관광비행 탑승객도 해외 여행객과 동일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면세점 입장에선 나름의 대안으로 삼는 셈이다. 5월부터 관광비행이 인천국제공항뿐만 아니라 김포·김해공항에서도 허용되면서 관련 수요가 좀 더 늘어날 것이란 점도 면세점 업계의 기대 요소다.
국제 관광비행 항공편 탑승객은 일반 해외여행객과 같이 1인당 600달러 한도 내(400달러 이하 주류(1L), 담배 1보루, 향수(60mL) 별도)에서 면세 혜택을 받고 인터넷·공항·기내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쇼핑관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지난 3월 무착륙 관광비행 탑승객 매출은 처음으로 관련 매출이 발생한 지난해 12월보다 180% 증가했다. 특히 해당 기간 무착륙 관광비행 여객의 1인당 평균 구매액은 12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내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의 약 3배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비행 탑승객은 화장품 및 패션 관련 제품을 많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테고리별로 전체 매출의 45%가 화장품·향수에서 발생했고, 패션·레더(29%)가 뒤를 이었다. 시계·주얼리(12%), 주류·담배(5%)는 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쇼핑관광'으로 관광비행을 활용해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향수, 패션 관련 제품 등을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빈도 수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분기는 넘겼지만…업계 "면세한도 상향해야"
주요 면세점은 올 1분기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냈다. 꾸준한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대상 마케팅 활동과 임차료 감면 효과가 일부 나타나면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인 롯데면세점(영업익 37억원)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거뒀다. 신라면세점(417억원)과 신세계면세점(231억원)도 흑자를 달성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영업손실 규모(112억원)를 줄였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매출연동제 적용에 따라 분기 900억원의 임차료 감면 효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났다"며 "소형 따이궁 중심으로 매출이 우상향하는 추세"라고 봤다.
면세업계는 중장기 관점에서 면세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정부 건의안과 관련, 현행 600달러인 면세한도를 2000달러 수준으로 높이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면세점협회 관계자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면세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업계 의견을 전했다"며 "국민소득 증가분을 반영해 중국과 같이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