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다툰 후 생면부지 고교생에게 화풀이 칼부림을 벌인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백승엽 재판장)는 지난 16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씨(37)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22일 오후 1시35분께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 인근에서 길을 걷던 B군(18)을 발견하고 살해하려 뒤쫓아가 흉기로 옆구리 등을 총 4회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전 어머니와 통화로 다툰 A씨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누군가를 해칠 목적으로 도로를 서성이며 피해자를 물색했다. 흉기에 찔린 B군은 곧바로 도망쳐 화를 면했지만 6주가량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민원인처럼 앉아 있다가 접수된 신고 내용에 따라 경찰관 검문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냉대와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세상에 불만을 품고 누군가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A씨는 1심 재판부의 징역 8년 선고가 과하다며 항소했다.
이와 관련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도망치지 못했다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면서 "체육대학 입학을 원하는 피해자가 꿈을 잃게 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또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한 점 등 상응하는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1심 판단이 피고인의 죄책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