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기관투자가들이 올 1분기 소비재 종목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도하는 등 아시아 증시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기관투자가는 보유지분 공시(form 13F)를 통해 1분기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공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1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기관은 모두 분기말 이후 45일 이내에 보유한 종목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관들은 앞다퉈 소비재 종목을 사들였다. 레이달리오가 이끄는 브리지워터는 지난 1분기 프록터앤드갬블(52만3180주), 코카콜라(113만6820주)를 추가로 매수했다. 유명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 주식 76만5000주를 더 샀다.
이는 앞으로 가속화할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물가가 오르면 원재료값이 뛰어 일반적으로 기업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가격 결정력을 가진 회사는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수혜를 본다. 실제 프록터앤드갬블은 올가을부터 생리대, 면도기, 세제 등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브리지워터는 1분기 월마트(51만2347주)를 추가로 담았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크로거 주식(1752만6279주)을 추가 매수했다. 유통기업은 경기 반등에 개인 소비가 증가하면 수혜를 보는 대표적 기업이다.
주택 관련 종목을 매수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브리지워터는 주택 수리 용품 체인점 로우스 주식 29만1137주를 신규 매수했다. 벅셔해서웨이는 가구 업체 RH 주식을 2만3900주 추가 매수했다. 이들 종목은 코로나19 수혜주이기도 하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사람들이 집을 꾸미는 데 쓰는 돈을 늘린 덕이다.
다수의 기관은 신흥국 주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펀드는 지난해 4분기 사들였던 아이셰어즈 MSCI EM ETF(EEM)를 전량(251만2200주) 매도했다. 소로스펀드는 동시에 해당 ETF의 콜옵션도 모두(200만 주) 처분했다. 브리지워터 역시 보유하고 있던 EEM ETF를 90% 가까이(340만5919주) 내던졌다. EEM ETF는 △홍콩(32.05%) △대만(13.80%) △한국(13.30%) △인도(9.64%) △중국(5.93%)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주식을 주로 담는 상품이다.
이번 지분 공시에서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애셋 매니지먼트가 테슬라의 풋옵션을 5억3400만달러어치(8만100주)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큰돈을 벌었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사들여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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