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농기계 회사 대동의 자회사인 대동금속 대구 공장. 전기로에서 1500도로 벌겋게 끓어오른 쇳물이 모래 틀에 부어졌다. 4시간가량 자연 냉각을 거친 뒤 모래를 털어내자 농기계용 엔진 블록과 실린더 헤드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트랙터만 연간 3만5000대에 이른다.
노재억 대동 대구본사 공장장은 “작년과 올해 북미 가정용 소형 트랙터 수요가 폭발했다”며 “내년까지 연간 5만5000대 이상의 생산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동이 2021년 1분기 매출 2972억원, 영업이익 262억원의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26.4%, 영업이익은 60.7% 증가했다. 2019년 연간 영업이익 240억원을 3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대동의 호실적은 북미 시장 수출 증가와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19로 자택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북미지역 소비자들이 잔디깎이와 시설물 관리에 사용할 소형 트랙터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동의 소형 트랙터는 경쟁사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승용 잔디깎이 수요가 많은 북미용 제품에는 트랙터 하단에 엔진 구동력을 활용해 칼날(미드모어)을 돌릴 수 있도록 변형 설계를 더하기도 했다. 원유현 대동 사장은 “미래농업을 준비하고 해외 시장 대응력을 높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시장 전망이 밝은 북미 등 주요 선진 농기계 시장에서 성장세를 높여 대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대동의 기술력이다. 대동은 국내 농기계 업체 중 유일하게 엔진과 변속기를 자체 생산한다. 노 공장장은 “미국과 유럽의 까다로운 환경 규제는 사실상 무역장벽”이라며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환경 기준을 맞춘 티어4(Tier4) 엔진을 개발한 덕분에 북미 트랙터 수출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동은 이외에 맞춤형 설계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습지가 많은 동남아시아용 수출 제품에는 트랙터가 뻘밭을 헤집고 갈 수 있도록 차축과 미션으로 이어지는 동력 계통에 보강 설계를 더했다.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경우가 많은 아프리카 쪽 수출 제품에는 트랙터 뒤쪽을 좀 더 강한 견인력을 견딜 수 있게 제작했다.
대동의 지역별 맞춤 설계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1분기 개별 매출의 절반 이상인 1298억원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세부적으로 북미에서는 49.6%, 유럽에서는 121%, 호주 및 기타 국가에서는 112%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노 공장장은 “해외 법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제품 개량은 물론 부품 재고 관리, 생산 라인 증설에 대응하고 있다”며 “농기계 회사로 74년의 정통 제조업 역사를 해외에서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구=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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