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솔루션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스캔한다. MRI, 문진 등 수만 개의 데이터를 사전에 습득한 AI 솔루션이 뇌를 50여 개 영역으로 나눠 판독한다. 기존엔 판독에만 4~6시간이 걸렸지만, AI는 단 1분30초 만에 진단이 어려운 초기 치매 환자까지 걸러낸다.
병원에 ‘AI 의사’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상 판독을 수분 만에 처리하는가 하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까지 침투해 진료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병원 의료진이 스타트업과 손잡고 직접 ‘국산 AI 진단 솔루션’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4시간 걸리던 MRI 판독, 1분대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가 국내 병원, 스타트업 등과 함께 개발한 ‘닥터앤서’ 기술 7건이 현재 9개 종합병원의 진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닥터앤서는 빅데이터를 통해 의료진의 진단을 돕는 AI 소프트웨어다. 서울아산병원이 도입한 ‘관상동맥 석회화 진단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원래 관상동맥 석회화는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보고 석회질 부분을 하나하나 찾아야 한다. 이 솔루션을 적용하면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석회질 부분을 단번에 골라낼 수 있다.뇌 MRI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뇌의 영역을 나누고 용적을 계산해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의료 AI 솔루션 기업 뷰노는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4000건에 달하는 국내 환자들의 뇌 MRI 자료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4시간은 족히 걸리던 판독 시간을 1분대로 대폭 줄였다. 이미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제주대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솔루션을 토대로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도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등이 35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정확도는 약 94%에 달했다.
가천대길병원도 최근 대장내시경에 AI 분석진단 솔루션을 결합했다. AI 알고리즘이 대장 내시경을 하는 동안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준다.
의사마다 다른 진단, AI로 정확도↑
진료 현장에서 불편을 느낀 의료진이 직접 나서서 AI 진단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아토피피부염 중증도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AI가 아토피피부염 영상 이미지 8000장을 습득하도록 하고, 해당 이미지를 홍반, 발진, 긁은 상처, 태선화(피부가 두껍고 거칠어지는 현상) 등 4개 종류로 분류했다. 분류 결과를 피부과 전문의 3명의 진단과 비교했더니 정확도가 99.17%에 달했다.개발을 주도한 이지현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아토피피부염 중증도를 정확히 확인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의사에 따라 중증도 점수가 차이가 난다”며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정확하게 중증도를 측정할 수 있어 환자 맞춤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연세의료원은 스타트업과 손잡고 ‘AI 망막 검사’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의료기기를 통해 망막을 촬영하면 AI가 안과질환뿐 아니라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도 평가해준다. 서울대병원도 AI를 통해 유방 초음파 검사에서 양성 종양을 유방암으로 잘못 판독하는 비율을 대폭 낮춘 모델을 개발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AI가 단순 반복 작업 시간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료진단 영역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