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민주 대학생 기자] 한 여성이 완경까지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는 총 1만1000개 이상이다. 2017년,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이 일어나며 생리대 소비자의 부작용 경험담이 인터넷에 연일 쏟아져 나왔다.이에 소비자인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생리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세잎’은 안전한 생리를 목표로 하는 위생용품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다.
생리대에 관련된 이슈는 꾸준히 생겨났고, 완전한 해결은 멀어보였다. 생리대 파동 직후에는 유기농 생리대가 등장했고 면 생리대도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기업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과거의 점유율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생리대 소비자의 알 권리가 매우 제한되고 있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2018년 10월부터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생리대 파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9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광고 사이트 1644건을 점검해 허위 과대광고 사이트 869건을 적발했다.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666개 제품 중 약 97%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그중에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 유럽물질관리청이 지정한 생식독성물질, 1급성 발암성 물질 ‘벤젠’ 등이 포함돼있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같은 해 12월, 여성 생리용품 126개를 조사했고 그중 73개의 제품에서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첨가물인 프탈레이트류가 검출됐다. 2020년 5월에는 2017년 파동 당시 ‘유기농 생리대’로 인기를 끌었던 ‘나트라케어’ 제품에서 화학합성 성분이 검출됐다. 소비자들은 더 큰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실제로 소비자들이 나서 생리대를 조사하고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대학생들이 연구하는 위생용품 스타트업 세잎이다.
Profile김성우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6학번, 3학년, 세잎의 대표
이지민 동덕여자대학교 경영학과 16학번, 4학년, 세잎의 디자이너
김윤지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18학번, 4학년, 세잎의 마케터
‘세잎’을 소개해준다면.
김성우 “국내 위생용품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97.5%의 제품에는 유해 발암 물질이 함유돼 있다. 기업은 이러한 성분이나 부작용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해석하기 어렵게 공개한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 간에 불공평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소비자는 일방적인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세잎’은 이러한 문제점에 집중한 위생용품 정보 공개 플랫폼이다.”
‘세잎’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성우 “여자친구가 비싼 돈을 구입한 유기농 생리대에서 화학 성분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읽고 화를 내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며 생리대 성분 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세잎’을 생각하게 됐다. 팀원들은 과거 동아리를 통해 함께 공모전을 했었는데, 준비 과정도 즐거웠고 결과도 만족스러웠기에 제안해 함께하게 됐다.”
이지민 “당시 일 년 이상 릴리안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릴리안 제품을 사용할수록 생리 주기가 짧아지고 생리 양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학업에 의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방문했는데, 다낭성 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자괴감에 빠져있었는데, 마침 뉴스로 소식을 접했다. 당시 많은 여성이 부작용을 겪고 있었고 그 중 대표적인 부작용이, 나에게도 발생한 ‘다낭성 난소증후군’임을 알게 됐다. 이후 환불 처리를 직접 진행했고 당시 ‘유기농 생리대’로 광고하던 ‘나트라케어’ 제품을 사용했다. 그런데 작년 말에 ‘나트라케어’에서도 화학합성 성분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후 어떠한 제품을 믿고 사용해야 할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생리대 유해물질 정보’ 시리즈를 소개해준다면.
김성우 “현재 ‘세잎’은 ‘생리대 유해물질 정보’ 시리즈인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제작하고 배포했다. 기획부터 제작, 배포까지 진행 기간은 약 2주로 길지 않다. 2주 동안 국내 유통 생리용품 444개를 조사하고 블로그 포스트로 공개했다.”
김윤지 “판매처에 전성분 표시를 하지 않는 업체도 많고 대부분 보험약관처럼 빼곡하게 전문용어로만 설명돼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베타서비스에는 제작의 편리성을 위해 단순 생리용품만을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방문자들의 분류에 대한 피드백을 다수 받았고, 추후 다양한 분류기준을 만들 생각이다.”
‘생리대 유해물질 정보’ 시리즈 준비과정은 어떻게 됐나.
이지민 “2020 식품의약품안전처 생리대품질모니터링에서 성분명과 성분량 정보를 수집했다. 부작용 정보는 유럽화학물질청에서 수집했다. 전자는 그대로 취합해 사용했으며 후자는 원본이 영어라 번역을 거쳐 사용했다.”
김윤지 “김성우 팀원은 각종 지원사업신청에 집중했으며 이지민 팀원과 자료 수집, 제작, 번역, 자료 편집 역할을 분담해 준비했다.”
활동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김성우 “아무래도 남성이다 보니 유해 물질 파동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깊게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세잎’을 운영하면서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깨닫게 됐고 점차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이지민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10대 친구가 남긴 댓글을 보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이전까지는 그저 집에 구비돼있는 제품만을 사용하며 만성 질염으로 고생했었는데, ‘세잎’을 접한 후로 직접 제품을 따져 골라 구매하게 됐다는 댓글이었다.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활동하며 어려운 또는 아쉬운 점이 궁금하다.김성우 “지원 사업에 도전하고 있으나 아직 탈락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분께서 수익 모델이 아쉽다고 말씀하신다. 플랫폼 사업이다 보니 광고, 수수료가 수익 모델이 돼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미흡하다. 빠르게 개선한 후 지원 사업으로 선발돼 더 많은 여성에게 저희 플랫폼의 존재가 닿았으면 좋겠다.”
이지민 “식품의약안전처의 조사 당시 출시된 제품까지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쉽다.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제품까지 보다 많은 제품을 정보를 확보해 제공하고 싶다.”
김윤지 “생리대 성분의 양과 부작용 정보를 간단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피해 이하의 양’이라고만 발표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극소량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양’을 절대적인 개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현재도 어디선가 피해자는 생기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더욱더 편하게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김성우 “생리대뿐만 아니라 탐폰 관련해서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는 콘돔 등 성 관련 용품도 다뤄볼 예정이다. 여성 건강권 향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고민을 편하게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폐쇄적인 분위기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알기 어렵고 또 적절한 곳에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세잎’이 이러한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창구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 아직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여성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계속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꾸준한 관심 부탁드린다.”
이지민 “주변인들에게 생리대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그 답으로 여러 생리대의 성분을 쉽게 비교해볼 수 있는 ‘성분별 순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자금 확보를 위해 각종 지워 사업을 진행 중이다. 5월 중으로 서비스 제작이 실행될 예정이며 동시에 다수의 친환경 생리대 업체에 컨택할 예정이다.”
김윤지 “올해 8월에는 웹으로 정식 서비스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검색 기능으로 차별화를 둔 여성 커뮤니티를 개설할 계획이다. 여전히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는 고민되고 알면 알수록 지치는 순간도 있는 거 같다. 그렇지만 내 몸에 조금이나마 덜 유해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께 포기하지 않고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