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토목사업을 하는 인천의 P사는 최근 건자재를 도서 지역으로 옮기는 5000t급 바지선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보냈다. 목재 가격이 치솟은 탓에 해운업자와 계약한 적재량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물을 제때 싣지 못해 수천만원의 해상운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다. P사 대표는 “설계가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전 끝나 가격 변동폭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목재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할 경우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가구, 건자재, 건설 시장 등에 ‘우드 쇼크’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 캐나다 등에 있는 대형 제재소의 목재 생산이 크게 줄어든 여파다. 이어 해상운임까지 크게 오른 게 글로벌 목재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초로 2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3000선까지 치솟았다.
수입 목재 가격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러시아 목재의 국내 판매가격은 지난 3월 ㎥당 54만원을 찍었다. 전년 동기(34만5000원) 대비 56.5%나 올랐다. 가구 자재로 주로 쓰이는 뉴송(뉴질랜드 소나무) 가격은 3월 33만9000원으로 1년 만에 18.9% 뛰었다.
목재 80% 이상을 수입해 쓰는 국내 가구, 건자재,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30㎜ 목재 각재(다루끼) 가격은 지난해 ㎥당 약 33만원에서 최근 60만원까지 치솟았다. 수입 목조주택 골조용 목재구조재(2×4) 가격도 세 배 이상 뛰었다. 한 특수목재업체 관계자는 “1분기 계획했던 목재의 50%만 확보돼 국내 제재소를 알아보고 있지만 씨가 마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목재업계는 연말까지 목재 품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선 단독주택 건축 붐까지 불면서 세계 목재를 ‘싹쓸이’하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 등에도 목재 품귀 현상이 번지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