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클래스는 프리미엄 차량의 정수를 보여주는 차다. '회장님 차'라고 알려진 것처럼 "뒷좌석이 끝내준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안락한 실내는 최첨단 기술을 대거 품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지난 7일 S580 4매틱 뒷좌석에 타고 경기 용인 벤츠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충남 아산 한 카페까지 편도 약 77km를 이동해 봤다. 돌아오는 길에는 트림을 바꿔 S400d 4매틱을 기자가 직접 운전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 탔나…궁극의 편안함
참 뒷좌석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차량이다. '쇼퍼 패키지'가 기본 적용된 S580 롱 바디 모델은 특히나 뒷좌석을 위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리클라이너' 버튼을 눌러보니 조수석이 앞쪽으로 최대 37mm가량 이동하면서 레그룸을 넓혀줬다. 이와 동시에 종아리 받침대가 올라왔고, 등받이도 최대 43.5도까지 젖혀졌다. 그 순간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느껴질 법한 포근함이 다가왔다.
레그룸의 경우 160cm인 기자에게는 충분한 공간이었지만 생각보다 넓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키가 큰 사람이 앉았다면 발이 조수석 쪽에 닿을 것으로 판단된다. 머리와 목을 지탱해주는 헤드레스트 쿠션은 온열 기능도 있어 마치 고가 안마의자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등받이 각종 마사지 기능은 뻐근함과 긴장감을 완화해줬다. 한 시간 넘게 이동하는 동안 만족스러웠던 기능 중 하나였다.
운전석·조수석 뒷면에 붙은 11.6인치 디스플레이도 눈에 띈다. 2열을 위한 차량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요소다. 이 디스플레이에서는 내비게이션, 미디어, 공조장치, 각종 편의기능 등 차량 내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심지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한 후 운전석 디스플레이에서 실행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1열에서 재생 중인 콘텐츠를 뒷좌석에 공유할 수도 있다.
센터 팔걸이에 놓인 태블릿 PC는 리모콘 성격을 갖는다. 차량늬 모든 기능을 손쉽게 제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와도 연동된다. 보통의 태블릿 PC처럼 텐더링 연결 시엔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다. 승차감은 말할 것도 없다. 안락한 시트와 에어 서스펜션·가변 댐퍼 덕분에 거친 노면에서도 몸에 미치는 충격이 거의 없었다. 방지턱도 무난하게 넘었다. 노면 소음도 잘 잡아주는 편이다. 차량 자체에서 오는 엔진 소음,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S400d, 잠자고 있던 맹수의 본능이 깨어나는 순간
"주행은 S400d로"..직접 운전대를 잡으니 느낌이 또 달랐다. 액셀을 밟았을 때는 힘 있게 뻥 차고 나가는 느낌을 기대했던 터라 예상치 못한 부드러움에 당황스러웠다. 이 때문에 시내 주행에서는 '이 차가 330마력 차라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S400d는 최대 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71.4kg·m의 힘을 낸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내자마자 무섭게 맹수의 본능을 발휘했다. 그동안에는 힘 조절을 한 건가 싶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순간 가속력과 경쾌함이 배가 됐다.
코너링도 수준급이다. 통상 전장이 긴 차량은 아무래도 꼬리 쪽이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벤츠 S-클래스의 전장은 5210mm로 무려 5m가 넘는다. 그러나 벤츠는 뒷바퀴 조향각이 최대 10도로 틀어지는 리어-액슬 스티어링을 통해 긴 차량의 한계를 극복해 냈다. 이 기능은 옵션 사양으로 브랜드 최초로 적용됐다는 게 벤츠 측의 설명이다.
뒷바퀴가 10도나 꺾이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감소해 주차뿐만 아니라 U턴, 좁은 골목길 주행 시 편리했다. 차선 변경을 할 때도 무리하게 각도를 틀지 않아도 됐고, 변경한 차선에 들어서서도 차량을 억지로 일자로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됐다.
S400d는 디젤 차량이지만 조용한 편에 속했다. 앞서 탔던 가솔린 기반 차량 S580과 비교해 소음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다만 일정 속도 이상으로 가속 주행 시 살짝 느껴지는 풍절음이 있다.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나 1억원을 훌쩍 넘는 차량이라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첨단 기능도 '벤츠'답게
주행 보조기능과 안전 사양도 기대 이상이었다. 차선을 이탈하려 하니 스티어링휠에서 곧바로 진동 반응이 제대로 왔다. 크루즈 기능을 켜 놓으니 발에 무리도 확실히 덜 갔다. 엑셀러레이터에서 꽤 오랜 시간 발을 떼고 갔는데 앞차와의 속도 유지는 물론 차선 유지도 무리 없이 해냈다.운전자 눈을 계속 모니터링해 운전자 졸음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경고를 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기자는 실눈을 뜨고 이 기능을 체험해봤지만 별다른 경고를 받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운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크기의 디스플레이다. 이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내비게이션은 가히 직관적이다. 벤츠는 내비게이션에 증강현실(AR) 기능을 추가해 주행의 편의성을 높였다. 그간 국내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지적받던 벤츠가 설움을 씻을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비게이션은 헤드업디스플레이(HUD)과 계기판에서도 볼 수 있다. 다만 AR 내비게이션은 아직 국내 차량 HUD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계기판도 중앙 디스플레이 못지 않게 크다. 심지어 3D로 돼 있어 여타 디스플레이에 비해 훨씬 입체적이다. 센터펜시아 부분은 거대 디스플레이에 밀려 딱 필요한 기능만으로만 구성돼 눈에 잘 들어온다. 다만 이 기능 일부가 스티어링휠쪽으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스티어링휠 조작이 복잡해졌다는 판단이다.
이동수단 이상의 경험 제공
S-클래스는 확실히 탑승객에게 이동수단 이상의 경험을 제공했다. 옵션 사양인' 에너자이징 컴포트' 기능은 탑승객의 기분·상태를 고려, 그에 걸맞은 차량 분위기를 연출한다. 적정 온도, 마사지 기능은 물론 최적의 향과 조명까지 제공한다. 특히 64가지 색상 변경이 가능한 벤츠의 엠비언트 라이트는 현존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성 인식 기능도 기대 이상이다. S-클래스의 음성 인식 기능은 1열뿐만 아니라 2열에서도 작동된다. 기존 인공지능(AI)와 달리 대충 말해도 척척 알아듣기도 했다. "헤이 벤츠, 추워" "더워"라고 말을 거니 알아서 적정 온도로 조절했고, "선블라인드 열어줘"라고 하니 역시 지체 없이 반응했다.
외관은 살짝 아쉽다. S-클래스 특유의 웅장하고 중후한 분위기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예스럽다는 느낌이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이 헤드램프와 비교해 너무 큰 게 아닌가 싶다. 헤드램프는 최첨단 '디지털 라이트'가 적용돼 고급차 면모를 보여준다. 벤츠 최초로 적용된 디지털 라이트는 전방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되 운전자의 시야각은 넓혀주는 기능을 갖췄다. 시승이 낮에 진행돼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시퀄셜 라이트의 리어램프는 도로 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손이 닿으면 튀어나오는 플러시 도어 핸들은 재밌는 요소다. 문이 잠기거나 주행 시에는 다시 들어간다고 하니 연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클래스 가격은 △S350d 1억4060만원 △S400d 4매틱 1억6060만원 △S500 4매틱 1억8860만원 △S580 4매틱 2억186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