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명확하게 해둬야 할 게 있다. 인간의 오감 혹은 육감 중에서 가장 정보력이 뛰어난 감각은 뭘까. 청각이나 시각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바로 후각이다. 과학자들이 뇌파 유도 장치를 통해 실험한 결과 청각과 시각은 단 6초밖에 뇌에 머무르지 않지만 후각은 최소 다섯 배가 넘는 시간 동안 저장됐다.
《냄새의 심리학》은 부제(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에서도 알 수 있듯 후각의 생물학·진화론적 관점이 아니라 심리·사회학적 관점을 통해 조화로운 인간관계와 행복한 삶의 방향을 모색한다. 저자는 이 분야만 30여 년간 연구해왔으니 그 누구보다도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에 정통하다. 우리는 이제부터 그가 정교하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낸 후각의 신비로운 여행에 동참하면 된다.
그런데 냄새란 무엇인가? “냄새에 따르는 삶이야말로 진실한 삶이다”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냄새를 풍기고 타인의 냄새를 통해 지각과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관계가 유독 능숙한 사람은 냄새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보다 사교적인 사람의 후각이 더 발달돼 있고, 심지어 사회적 관계망이 넓은 사람들은 마약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월등한 후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뇌를 살펴보니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와 사회적 뇌인 중간 전두엽 간의 연결이 뛰어났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후각에 얼마나 무심했던가. 사고와 이성만을 강조해온 탓에 그 중요성에 소홀했던 점을 저자는 다양한 면을 통해 짚어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이번에 산 차는 새 차 냄새가 나서 마음에 쏙 들어”라고 말할 때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건 가격이나 성능이 아니라 새 차에서 나는 가죽 냄새라는 것이다. 또 하나 “이상하게 죽이 잘 맞는 동료가 있다”고 했을 때 그건 냄새를 통해 확인한 친밀함, 다시 말해 화학적 케미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은 냄새가 좌우한다. 스스로 똑똑하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회사 직원, 믿고 의지하는 친구는 모두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 논리적인 이유라는 것은 그저 ‘만들어’ 붙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당장 옆에 앉은 사람의 냄새를 맡아보자!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질 테니까.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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