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공급난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전세가격이 2년 전 매매가격을 뛰어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단지는 2년 전 매매가격에 수억원을 더 보태도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세가가 폭등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에 2018년 입주한 ‘송도아메리칸타운아이파크’ 전용면적 84㎡A형은 지난 3월 5억5000만원(39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주택형은 2019년 4월 5억1000만원(39층)에 매매됐다. 불과 2년 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했다.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2018년 입주한 ‘한라비발디캠퍼스3차’ 전용 84㎡A형도 지난달 4억1000만원(24층)에 전세거래가 성사돼 2년 전 매매값을 앞섰다. 2019년 4월엔 3억8000만원(12층)을 내면 동일 주택형을 구입할 수 있었다.
전세가 상승은 수도권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2010년 입주한 ‘아시아드푸르지오’ 전용 84㎡B형은 올해 1월 6억원(3층)에 전세로 거래됐다. 2019년 7월엔 동일 주택형이 4억1500만원(12층)에 팔렸다. 현재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선 2년 전 매매가보다도 약 2억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저금리 기조로 전세 공급이 줄어든 데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법까지 시행된 것이 컸다”며 “매물 부족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토교통위원회)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서울 주택거래 4254건 중 갭투자 의심 거래는 2213건(52.0%)이었다. 이 비율이 50%를 넘긴 건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갭투자는 전세보증금을 안고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대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5554만원에서 3억674만원으로 20.03%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이후 3년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5%)보다 네 배 높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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