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두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겨냥해 부동산 실정(失政) 책임론을 제기하자,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면서 격한 설전이 오갔다. 내년 대선에서 ‘부동산 심판론’이 부각될 경우에 대비해 폭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공방의 불을 댕긴 이 지사는 “시중에선 여야가 아닌 ‘관당(官黨)’이 나라를 통치한다는 말이 회자돼 왔다”며 “대통령의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 ‘평생 주택 공급방안 강구’ 등 말씀에 답이 들어있음에도 관료들이 신속하게 미션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겉으론 관료 탓을 했지만, 실제론 내각을 관장한 전직 총리들을 싸잡아 공격한 것이다. 그러자 정 전 총리는 “지방자치단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며 “말조심하라”고 역공했다. 이 전 총리 측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 같아 보여 자못 아쉽다”고 했다. 이 지사가 본인 책임은 외면하고 남 탓만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들린다.
이 정부 들어 25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은 참사 수준이다. 이는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받았다”고 이례적으로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전·월세 급등을 초래한 임대차보호법, 공공위주 공급 등 규제 일변도 정책들을 확 뜯어고쳐야 할 텐데,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한다. 거대 여당은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놓고도 친문 강경파에 막혀 갈팡질팡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며 특위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당내에선 규제 완화론자로 꼽히는 5선 김진표 의원을 앉혔다. 이 역시 친문 강경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얼마만큼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여당 유력 주자라면 실효성 있는 부동산 해법과 비전으로 치열하게 경쟁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책임공방’에만 몰두하니 국민 눈에는 어떻게 비치겠나. 그나마 내놓는 대책도 앞뒤가 뒤바뀐 ‘선(先) 가격 안정, 후(後) 제도 합리화’(정 전 총리)나, 핵심을 비켜간 ‘주택지역개발부 신설’(이 전 총리) 같은 것이다. 여태까지 전담 부처가 없어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나 싶다. 과연 이들이 부동산 문제를 풀 복안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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