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 투자 기회를 확대해 준 새로운 대주제도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기관 등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 차입 기한을 개인만 60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언제라도 주식을 상환해야 하는 기관과 달리 개인에게만 ‘60일을 보장’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논란은 지난 3일 불붙었다. 공매도 재개를 계기로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들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핵심 쟁점은 상환 기간이다. 개인은 주식을 차입할 경우 6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한다. 외국인과 증권사는 ‘당사자 간 협의’로 상환기간을 정한다. 이를 두고 개인들은 공매도 세력에 ‘무기한 차입’을 열어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기한이 60일이면 공매도로 수익을 내지 말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주식도 두 달 내 수익을 내기 힘든데, 두 달 만에 공매도로 어떻게 돈을 버냐는 것이다. 개인들은 “기관만 종목이 내려갈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있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차입기간에 제한을 둔 이유로 유동성 문제를 꼽았다. 공매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만 무한정 차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사자 간 차입계약을 맺는 기관과 달리 개인 대주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한 사람이 오래 차입하면 다른 투자자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이 조항이 오히려 개인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기관은 대여자의 중도상환 요구에 응해야 하지만 개인은 60일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은 공동답변을 통해 “중도상환 요청이 있으면 상환해야 하는 게 전 세계 대차거래의 구조”라며 “기관과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대여할 경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60일의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투자자가 문제 삼는 또 다른 조항은 담보비율이다. 주식 차입 시 개인은 담보비율 ‘140% 이상’을 요구받지만 기관은 ‘105% 이상’이다.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가 개인의 신용등급을 기관보다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수수료의 경우 기관은 연 0.1~5%로 종목별로 다르나, 개인은 연 2.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인이 많이 투자한 종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1위인 셀트리온은 6일 2.88%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공매도 1위인 씨젠은 1.8% 떨어졌다. 기관투자가에도 공매도 상환기간을 제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나흘 만에 6만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박의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