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보조금 사업 어떻길래
현재 운영되는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 매입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는 이를 ‘한국형 FIT’라고 부른다. FIT는 Feed in Tariff의 앞글자만 딴 용어로 발전차액지원제도다.
6개 한전 발전자회사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해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중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으로 채워야 한다. 올해 이 비중은 9%다. 한국은 이제까지 석탄발전과 원전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의무 비중을 맞추려다 보니 태양광 등을 급속히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소형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시장 가격보다 1.2~1.5배의 가격으로 전력을 사주기로 했다. 또 농민, 어업인, 축산농가, 협동조합 등에는 일반 사업자(30㎾ 미만)보다 세 배 이상(100㎾ 미만)의 태양광 사업을 해도 전력을 매입하기로 했다. 더불어 한 번 계약을 하면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 보조금 사업이 ‘20년짜리 복권’으로 불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애초 이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태양광 사업자가 난립하고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짜 농부 만들어낸 정부
2018~2019년께 99㎾짜리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려면 1억5000만~1억6000만원의 투자자금이 들어갔다. 설치만 하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별 문제없이 받았다. 한전 자회사들이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구입비와 시장 판매 수입 등을 합치면 연간 수입이 3000만원을 웃돌았다. 5년이면 본전을 뽑고 15년간 3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재테크 수단이 됐다.이를 알아챈 일부 도시민은 소형태양광 지원 사업이 일반사업자(30㎾ 미만)보다 농부(100㎾ 미만)에게 혜택이 크다는 점을 노렸다. 또 농민은 농협에서 설비자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서울의 20대 여성 A씨도 이 같은 사례다. 허술한 농민 인증 제도를 활용해 농민이 됐다. 마을 이장에게 얘기만 잘하거나 친인척을 동원하면 ‘경작사실확인서’를 발급받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신도시 예정지 농지 투기와 다를 바 없었다.
가짜 축사 등 가건물을 세우고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정모씨는 ‘무늬만 버섯농장’을 만들고 그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세워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다. 노모의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정부와 한전 자회사들이 엄밀히 검증한다면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라고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적했다.
중복 투자도 횡행한다. 농촌에선 이를 ‘쪼개기’라고 한다. 한 태양광사업협동조합은 79개 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약 1억원의 보조금을 타냈다. 다른 협동조합은 15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보조금만 1억2400만원을 챙겼다. 1~2개의 대형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활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부는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올해부터 태양광 쪼개기를 막기 위해서 일반사업자는 3개, 협동조합은 5개까지만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소형 태양광발전 사업자에 대한 구매단가도 이전보다 낮추고 있다. 하지만 소급적용은 안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국형 FIT가 돈 먹는 하마가 되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며 “불법 사례를 뿌리 뽑아야 제도가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