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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함께한 세월 50년
‘국내 시계명장 1호’ 타이틀을 지닌 그는 시계 정비를 어깨너머로 배웠다. 당시에는 시계 관련 정규 교육과정도, 관련 서적도 없었다. “열일곱 살 때 우연히 시계 정비공을 도와줬다가 자연스럽게 시계 점포를 드나들게 됐습니다. 그땐 루페(눈에 끼우는 확대경)를 끼고 시계를 만지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드라이버와 공구를 사서 헌 시계를 이리저리 분해하고 조립하다 보니 어느새 5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네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5/AA.26259136.1.jpg)
장 명장은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를 제조하는 기술력은 인공위성을 만드는 기술력만큼이나 정교하다”며 “스위스, 일본, 독일 등 극소수 국가만 고가의 장비와 기술력으로 무브먼트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스위스 명품 시계는 언제나 ‘품귀’였다. 하지만 장 명장은 최근 품귀 현상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했다. 현재 백화점 롤렉스 매장에서는 ‘시계가 아니라 공기만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1년 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생산량이 줄어들어 시계 품귀 현상이 빚어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롤렉스 시계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그만큼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매장에 오는 소비자 대부분이 20~30대입니다. 차액을 노리고 시계를 사고파는 ‘리셀러’들도 전체 손님의 30%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명품이라고 무조건 사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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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명장은 “사회 초년생일수록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시계를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 초년생들은 브랜드 명성에 쉽게 좌우됩니다. 하지만 형편에 맞지 않는 시계는 부담스러워서 매일 찰 수도 없죠. 연봉의 10분의 1 정도 가격대에서 싫증나지 않는 대중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가 시계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국내 시계 제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장 명장은 한국에서 명품 시계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묻자 “0%”라고 잘라 말했다. “명품 브랜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은 물론 남다른 기술력과 디자인 등을 갖춰야 하는데 한국에선 지금 시작해도 수십, 수백 년이 걸리는 데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다만 “시계 수리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명품 시계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비합리적인 수리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계 수리 장인을 키워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목표는 시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장 명장은 “내가 가진 수리 기술을 사회를 위해 쓰고 싶다”며 “시계 부품을 만들고 완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를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