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항공정비단지가 들어선다는 소식(한경 5월 5일자 A19면)은 모처럼 듣는 공기업발(發) ‘굿 뉴스’다. 항공산업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기업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첫 해외사업장이 인천공항에 들어서 2024년부터 수출이 시작될 전망이다. ‘항공MRO’ 산업 기지가 국내에 세워지면서 기술 이전까지 기대하게 됐다.
근래 인천공항공사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공기업도 드물다. ‘과속 정규직화’로 빚어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한때 비효율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고, 갖은 논란 속에 사장도 전격 교체됐다. 더 큰 내상(內傷)은 항공·여행에 치명타를 가한 ‘코로나 충격’이다. 2019년 7058만 명이던 국제여객이 지난해 1195만 명으로 급감했고, 7만7000명에 달하던 인천공항 내 일자리는 1년 새 1만 개나 줄었다. 대형 면세점까지 철수계획을 세우면서 대한민국 간판 공항이 세계 5위에서 8위로 3계단이나 밀려났다.
위기의 인천공항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은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초대형 SOC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나라경제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운용하는 것은 정부와 해당 공기업의 기본 업무다. 언제까지 코로나 쇼크를 부실경영과 누적적자의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 위기일수록 더욱 발상을 전환하고, 업무 혁신을 꾀하며, 허리띠도 졸라매야 한다.
LH만 해도 국내외에서 신사업을 모색하고 민간기업과의 협업 등으로 과감한 변신을 도모했다면 과연 불법투기라는 후진국형 스캔들을 일으켰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효율적 집단주택, 스마트시티, 신도시 건설 등에서 축적해온 역량으로 이제라도 해외 비즈니스에 매진한다면 그 자체로 재발 방지대책이 될 것이다. 발전·에너지 기업을 비롯해 ‘시장형 공기업’들은 특히 각각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 창의와 혁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공기업들이 더 절실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에서 ‘경제성·효율성’은 뒤로 밀리고 ‘사회성·공공성’이 유난히 강조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독점을 누려온 공기업이 부실과 비효율의 굴레에 빠지면 종사자만 어려워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공공부문이 고인 물처럼 썩으면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새로 생길 2000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를 바탕으로 인천공항이 항공MRO 산업의 글로벌 메카로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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