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4일 '부분 직장 폐쇄'에 들어간다. 노조가 수시로 파업을 벌여 생산이 불규칙해지자,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만 공장 안으로 들여 안정적으로 라인을 가동하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 노사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4일 노조 지도부의 파업 지침에도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에게만 공장을 개방하는 부분 직장 폐쇄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르노삼성의 부분 직장 폐쇄는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도부의 쟁의지침에도 대다수 조합원들은 파업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며 "그런데도 일부 노조원은 공장 점거 집회를 하고 일을 하겠다는 임직원을 위협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부분 직장 폐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는 4일 전면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8시간 전면 파업은 올 들어 두 번째다. 부분파업 및 지명파업(일부 노조원만 파업을 하는 것을 의미)은 수시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및 일부 영업소 폐쇄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낸데다 비용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회사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 유럽 물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르노 본사가 이 물량을 유럽에 있는 다른 공장에 넘길 수 있다는 이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XM3가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자, 일부 르노 유럽 공장은 XM3 생산을 원하고 있다"며 "르노 본사 입장에서는 노사관계가 안정적이지 않은 부산공장에 물량을 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XM3 유럽 물량을 놓치면 르노삼성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르노삼성 국내외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및 해외 판매량은 11만6166대인데, 2019년(17만7425대)과 비교하면 34.5% 줄었다. 올해 상황은 더욱 나쁘다. 지난 1~4월 판매량은 3만1412대로 전년 동기(4만1477대) 대비 24.3% 줄었다. 올해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밑돌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현 고용인원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연간 판매량이 15만대는 넘어야 한다"며 "자칫 르노삼성이 쌍용자동차처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파업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이 부분 직장 폐쇄를 하는 이유도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일을 하겠다는 노조원들이 많아서다. 지난달 전면파업에도 회사는 공장 라인을 정상 가동했다. 당시 파업 참가율은 25% 수준에 그쳤다.
지난 2월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을 때도 찬성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당시 노조원 218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57.1%인 1245명 만 찬성했다.
도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