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0명 수준인 하이테크 과정을 내년 1만 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국폴리텍대가 4차 산업혁명, 나아가 인공지능(AI) 혁명의 ‘손발’이 되겠습니다.”
조재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사진)은 3일 기자와 만나자마자 AI 얘기부터 꺼냈다. 지난 3월 8일 취임하기 전부터 한국폴리텍대가 해야 할 일을 구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3월18일자 한국경제신문을 꺼냈다. 바로 전날 내로라하는 국내외 AI 전문가,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함께 연 ‘AI 미래포럼’이 보도된 지면이었다.
조 이사장은 “한경 AI포럼을 보고 산업 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 매우 시의적절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쉽기도 했다”며 “포럼 준비단계에서부터 한국폴리텍대와 협의가 됐다면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KT, 구글코리아 등 업계는 물론 서울대, KAIST 등 AI 혁명의 ‘두뇌’를 말하는 전문가들이 다 모였지만, AI 혁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뿌리산업부터 하이테크 기술 인력까지 모두 양성하는 폴리텍대가 참여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조 이사장이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 매체로 한경을 선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취임한 지 이제 약 두 달, 조 이사장은 한국폴리텍대 안팎에서 ‘AI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AI는 단순히 기술적 차원을 넘어 모든 산업 영역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하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라며 “자동차는 테슬라, 부동산은 직방, 서비스업 중에서는 배달의민족 등 기존 기술의 AI 접목은 산업 구조는 물론 고용 환경도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폴리텍대는 이러한 산업의 전환점에서 AI를 활용한 산업 또는 기업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대거 양성하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폴리텍대는 지난달 AI 기반의 교육 시스템 개편을 위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당장 올해 2학기부터 메카트로닉스과 등 시범학과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교육훈련 시스템 전반을 개편할 계획이다. 매년 100명가량 퇴직하는 교수 충원도 기존 학과가 아니라 신산업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 이사장이 AI 못지않게 강조하는 한국폴리텍대의 역할은 ‘일자리 복지 허브’다.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기능대학인 한국폴리텍대가 과거에는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 현장 인력을 주로 양성해 왔다면 이제는 대졸 미취업자와 중장년, 여성, 고령자까지 아우르는 ‘기술교육 허브’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 이사장은 “사람이 아프면 누구나 병원에 가듯이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도록 생애 전주기 직업훈련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조 이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훈련 대상은 고학력 청년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테크 과정’이다. 2018년 545명으로 시작해 올해 양성 인원은 1095명으로 늘었다. 이를 내년에는 열 배가량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당·광명융합기술교육원은 물론 전 캠퍼스의 대폭적인 신산업·신기술 분야 훈련 확충을 통해서다.
조 이사장은 취임에 앞서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부 출신이 아닌 데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삶의질 기획단’ 기획조정실장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고용노동·IT 분야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교내 노조에서 취임 선물로 운동화를 줬는데, 폴리텍대 혁신을 위해 발로 뛰는 이사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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