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 총장은 묵언 수행자인가? 학내 사건은 물론 국내외를 뒤흔든 어떤 사건에서도 공식적인 대학 총장의 의중을 듣기가 참 어렵다. 총장의 생각과 행동이 드러나지 않으니, 교직원과 학생 등 구성원이 힘을 합쳐 위기에 대처하고 극복할 정확한 판단이 서질 않는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선 주 단위로 한두 번 정도 총장과 부총장이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온다. 학내에서 일어난 학생의 사망 사고에 대한 애도의 서신, 코로나19 상황과 백신에 관한 업데이트 소식, 팬데믹 상황에서의 무분별한 학생 모임을 꾸짖는 내용부터 학생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과 결정사항이 전달된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왜 이런 총장이 없는가? 한국의 대학이 세계의 유수한 대학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총장과 학장의 선출방식, 그들의 의사소통 부재에 있다고 본다. 미국 대학은 그 학교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사람을 뽑는다. 외부 인사 영입은 당연하다. 단과대학의 학장 선출도 똑같다. 학장 모집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대상으로 정밀한 심사를 거친다. 공과대학 학장에 경영대나 법대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도 한다. 경영을 잘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최근 대학의 키워드는 단연 ‘위기의 대학’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비수도권 대학과 학령인구 감소, 재정 부족 등이 수식어로 붙는다. 지역 경제 소멸을 막을 방안은 지방대학을 살리는 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인 총장을 어떻게 선출할지 논의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2016년부터 5년 연속 최고의 혁신대학으로 꼽혔다. 대학 총장의 효율적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교육 혁신이 가능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은 변화할 수 있었다. 벚꽃 엔딩을 얘기하기보다 더 늦기 전에 총장 선출방식부터 고민해보자.
엄치용 < 美 코넬대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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