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에 대한 동일인 규제를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총수인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동일인 규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30일 “현재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정의나 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71개 기업집단을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 한국법인이라고 결론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것은 명백하지만, 미국 국적 외국인이라 동일인에게 적용하는 공정거래법상 각종 독점 규제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 의원은 “우리 정서상으로는 당연히 김 의장이 쿠팡을 지배하고 있으니 삼성그룹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보는 것처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김 의장이 외국인이라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 적용 대상인 데다 일감 몰아주기 등 제재의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려워 공정위가 그런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참에 동일인 제도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986년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동일인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간 산업계와 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에 대한 명시적 정의 규정이 없다. 다만 기업집단을 ‘동일인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정의하면서 자연인·법인 등 누구라도 동일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경제계에서는 “공정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총수 개인이나 법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이 3~4대로 넘어가면서 기업집단의 성격이 변했고,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는 희석 현상 등을 고려하면 동일인 지정의 의미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내부거래 등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동일인 제도를 스타트업·벤처기업 등 신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아예 동일인 지정 제도를 없애자는 얘기도 나오는데 우선 한국 재벌제도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조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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