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5.91

  • 48.76
  • 1.95%
코스닥

678.19

  • 16.20
  • 2.33%
1/3

[디지털 이코노미] 작고 빨랐던 페이스북은 어떻게 거대공룡이 되었나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디지털 세상에서 독점은 지속될 수 없어 보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던 넷츠케이프는 익스플로러의 등장으로 하루 아침에 자취를 감추었고, 폭발적인 유행세를 보였던 소셜 미디어의 선구자 마이스페이스는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사라졌다.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접근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독점의 전제가 되는 진입장벽은 과거의 유물로 여겨졌다. 더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해 보이지 않았고, 작고 빠른 배가 성공하는 세상인 줄로만 알았다.

디지털 시대의 독점
혼돈의 시대가 끝난 2010년대에 들어서자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3년 된 회사는 중년, 5년 된 기업은 죽음에 근접했다’는 디지털 시대의 도식은 이제 성립하지 않았다. 작고 빠른 배를 대표하던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은 쇠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집이 커져만 갔다. 2000년대 초반 수십 개나 되던 검색엔진은 모두 사라지고 하나만 남게 되었으며, 물건을 사려고 방문하던 수백 개의 웹사이트 역시 모든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하나의 웹사이트로 집중되었다. 거인이 된 이들 기업에 도전하는 신생기업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는 디지털 세상의 경쟁구도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인스타그램의 등장은 페이스북의 입지를 약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소셜 네트워크에 사진과 비디오 컨텐츠를 연결하여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었고, 사업 시작 18개월 만에 사용자는 3000만 명을 넘었다. 인터넷 시대의 원칙에 따르면 당시 설립 8년 차인 페이스북은 강력한 도전자의 등장으로 은퇴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그저 단돈 10억 달러에 인스타그램을 인수해버렸다. 이후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포함해 9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합병과 독점
인수합병으로 신생기업들을 무력화시키고 생태계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은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구글은 270건 이상의 인수작업을 성공시켰다. 인수를 통해 경쟁 위협 자체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구글은 구글 비디오 서비스의 강력한 경쟁자인 유튜브를 사버렸다. 구글 지도에 도전하던 신생 지도 앱 회사인 웨이즈, 구글 애드를 위협하던 애드몹까지 모두 인수했다. 아마존 역시 잠재적 경쟁자인 자포스, 다이스퍼스닷컴, 소프닷컴을 인수했다. 미국의 기술산업계는 이렇게 거대 트러스트로 변모했다.

트러스트 형성 이후에 이들은 신생기업이었을 때 추구하던 개방성과 혼돈의 가치를 부정했다. 과거 세상에서 통하는 가치일 뿐 오늘날에는 독점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독점은 자연법칙이고, 독점기업들이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할 기회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페이팔의 창립자인 피터 틸은 ‘경쟁은 패배자를 위한 것’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소책자에서 그는 경쟁을 역사의 유물이라 부르며, 비즈니스가 생존을 위한 매일의 투쟁을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독점수익이라고 주장했다.
독점과 힘의 균형
미국의 기술산업계가 제약없이 몸집을 키울 수 있던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자국의 독점기업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육성하는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국가대표급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배하는 미래보다는 독점이 낫다는 논리이다. 20세기 초반에나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우리 vs 그들’ 구도이다. ‘국가대표’에 중점을 두고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행위는 억압된 자유와 전쟁의 역사에서 얻은 경험과 배치된다. 20세기 전체를 지나며 배운 역사의 교훈은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를 위해서, 그리고 기술적으로 더 나은 기업이 되도록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대헌장, 미국의 헌법, 유럽의 리스본조약, 유엔헌장 모두 힘은 특정주체에게 집중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힘은 재분배되고, 분권화되고, 견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에 권력은 공적영역의 것이었기에 정부독재만을 우려했지만, 21세기에는 공적권력에 비견할만한 사적권력의 집중을 견제해야 한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표현된 공적권력의 전지구적 독점시도는 실패한 반면,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집중된 기업의 출현은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개인정보, 공적권력과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해본다면 경제를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혁신의 결과물이 인류번영에 쓰이기 위해 독점이 아닌 더 넓은 생태계를 지향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