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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적' 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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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적' 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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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동일인)는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니라 쿠팡 한국법인이라고 결론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다. 업계에선 창업자가 모두 총수로 지정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제정된 총수 지정제도를 이번 기회에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다음달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발표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8000억원이 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로 지정됐고, 동일인에는 ㈜쿠팡이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이 미국 회사 쿠팡Inc를 통해 한국법인 ㈜쿠팡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지배자라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봤다. 하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적이 없고, 현행 제도로 외국인 동일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이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만큼 김 의장의 국적을 이유로 총수에서 배제한 것은 국내 기업 역차별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행 제도에 미비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쿠팡은 한국계 외국인이 국내에 대기업집단을 만든 첫 사례”라며 “이 경우엔 어떻게 할지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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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쿠팡의 총수가 아니다”고 결론낸 것은 김 의장이 미국인이라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 의장은 대기업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 이민 가서 미 국적을 취득했다.

공정위는 현행 제도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법 적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허위·누락이 있으면 동일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외국인에겐 형사제재를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공정위는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집단의 경우 국내 최상단 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모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인 에쓰오일, 한국GM 등이 대표적이다.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하든, ㈜쿠팡으로 하든 규제 대상 계열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도 공정위가 밝힌 이유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친인척 중 현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외국인에게 국내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지에 관한 실효성 문제가 있다”며 “아마존코리아 자산이 5조원이 넘었을 때 제프 베이조스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형사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참에 낡은 동일인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동일인의 개념이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1980년대 중반과 지금은 경영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동일인 지정은 기업의 의사결정제도를 넘어서는 개인 지배구조를 정부 기관이 용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낡은 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어 동일인 지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쿠팡 논란을 계기로 현행 동일인 지정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일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정의와 요건, 확인 및 변경 절차 등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정몽구→정의선)와 효성(조석래→조현준)의 동일인을 변경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력회사(현대차·현대모비스)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등이 고려됐다. 공정위는 효성도 조현준 회장이 최대주주이고, 회장으로 취임한 후 지배구조 개편, 대규모 투자 등 경영상 변동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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